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28 09:46

"위기 정보 수도·가스 요금 체납 정보 추가해 44종으로 늘리기로"

정진석(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정진석(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민주당을 정조준 해 "서민 경제를 어루만지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새해 예산안이 신속히 본회의를 통과하고 현장에서 조기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민생 정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주 서울 신촌과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위기 가구의 참변을 지적하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복지망을 촘촘히 강화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 참담한 죽음의 행진을 멈추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신촌의 모녀, 인천의 네 가족은 기초수급대상자가 아니었다. 신촌 모녀는 그나마 보건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 가족들이 기초수급대상자로서 정부 지원을 받았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더 촘촘하게 찾아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신촌 모녀 사건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지난 23일 어머니(65세)와 딸(36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숨진 어머니는 퇴직한 교육공무원으로 연금을 수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녀는 월세·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 등을 내지 못하는 궁핍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모녀가 살던 집 현관에는 연체된 5개월치 전기료 고지서 등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가 놓여있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복지부는 지난 7월 당시 14개월치 건강보험료, 6개월치 통신비, 카드대금 등 7개월 금융연체 등 위기 정보를 포착해 모녀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천의 네 가족 참변'은 지난 26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 10대 A군 형제를 비롯해 일가족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고등학생인 A군이 현장실습에 나타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직접 A군 집을 방문했지만 인기척이 없자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소방당국에 요청,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했으나 이미 A군 형제는 숨진 상태였으며, 부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A군 부모인 B씨 부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들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들 가족이 발견된 안방 앞에서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그 뿐만 아니라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시신을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는 내용이 담긴 짧은 자필 유서도 발견됐다.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평소 B씨 부부가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한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조사됐다. 경찰은 A군 형제가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다"며 "유족들을 상대로 계속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태를 언급한 정 위원장은 "새해 정부 예산안에는 복지망 확충 예산이 다수 편성돼 있다. 이 예산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더 보태야 할 것은 없는지 여야가 밤을 새워서 토론해야 한다"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정 위원장은 또 "우리에게 닥쳐올 경제위기가 IMF 외환위기 사태에 버금갈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성세대들은 IMF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에 남긴 큰 상흔을 기억하고 있다. IMF 사태 이전 우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0명 이하였다. 이 수치가 지속 증가해 2020년 기준 10만명당 25.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개탄했다.

이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이 IMF의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 예산안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사회적 약자를 찾아내는 '고성능 레이더'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한 신촌 모녀가 주소지를 바꾸지 못해 일선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거론하며 "사회복지 예산 195조원을 쏟아부어도 제도의 허점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라며 "그 빈틈을 막는 것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다. 책임감을 가지고 '찾아가는 복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위기 정보를 34종에서 수도·가스 요금 체납 정보 등을 추가해 44종으로 늘리고, 정보 입수 주기를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민 경제에 혹한이 밀려오고 있다. 그만큼 내년에는 취약계층이 급증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주길 거듭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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