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28 11:53

정부, 28일 화물연대 대화 성과 없다면 이르면 29일 업무개시명령 의결 가능성 높아

화물연대 지도부가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의왕 ICD 제1터미널에서 '지도부 전국순회 집중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화물연대 홈페이지 캡처)
화물연대 지도부가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의왕 ICD 제1터미널에서 '지도부 전국순회 집중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화물연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며 전국 곳곳에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 7.6% 수준까지 떨어져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발생했고, 시멘트 출하량 감소로 전국 259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완성차, 철강, 정유 업계도 공급 차질로 피해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일단 28일 정부와 화물연대의 공식 대화의 진전 여부가 파업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양측이 강경 기조로 맞서고 있어 사태 해결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첫 면담에 성과가 없을 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무진 면담을 갖는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공식적 대화를 갖게되는 것은 지난 15일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이번 면담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여부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노동계의 대화의 물꼬는 일단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면담은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토부는 면담에서 기존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조건 없는 파업 철회'를 촉구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7일 오후 부산 동구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 대비 점검회의에서 "새로운 조건이나 요구사항에 대해서 지금 시점에 새롭게 얘기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화물연대에게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간곡히 권유할 것"이라며 "(안전운임제에 대해) 3년 연장이라고 확약을 드렸고, 나머지는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또 "산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인 국민, 근로자들까지 하루하루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일방적인 집단의 위력행사로 국가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은 이제 중단해야지 정부가 이걸로 달래고 저걸로 달래고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도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변경하는 것은 없다"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반박할 것은 하겠다. 국토부가 교섭 전에 국토부 차관과 화물연대 위원장의 티타임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굴욕적인 만남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지만 예정된 교섭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후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계 수석들에게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관련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노동문제는 노(勞)측의 불법행위든 사(社)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내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의 피해는 점점 불어나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78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3만6655TEU) 대비 7.6% 수준까지 떨어졌다. 광양과 평택·당진,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컨테이너 장치율은 62.4%로, 평시(6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치율은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한다. 국토부는 사태 장기화 시 외국 선사들이 국내 항만을 기피하는 등 항만 신인도가 저하되고, 장치율 상승으로 항만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피해는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6일 시멘트 10만3000t의 출하가 계획됐지만, 화물연대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9% 수준인 9000t에 불과했다. 피해 금액은 전날 약 94억원을 포함해 누적 464억원에 달한다.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개 현장에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레미콘 업계는 오는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이 중단돼 대부분의 건설 현장 공사도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가 중단되면 철강, 마감재, 전기, 기계 등 다른 업종까지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4대 정유사(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조합원이어서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초까지는 사전 수송 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후에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휘발유 품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화물차를 이용한 출하가 긴급 물량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철도와 해상 운송을 통해 평시 대비 10% 미만의 물량만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철강을 원재료로 하는 자동차, 건설, 조선 등의 업계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울산공장 등 자동차 생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가 대부분 운행을 중단해 직원들이 완성차를 직접 옮기는 '로드 탁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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