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2.12.14 17:02

'킹달러' 영향 값 대폭 올린 뒤 판매 부진 만회 목적

지프가 연말 할인 행사를 진행중인 모델 중 하나인 '그랜드 체로키 L' (사진제공=지프)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연말 특수를 노려 신차 할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가운데 높은 환율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차량 가격이 올라간 모델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르쌍쉐 뿐만 아니라 벤츠·지프·폭스바겐·테슬라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연말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지난해 출시한 모델이나 판매량이 저조한 모델, 혹은 높은 환율에 의해 한 차례 가격이 올랐던 모델 위주로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말에는 딜러사가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판매 목표를 달성해야만 딜러사에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연중 내내 상승 곡선을 그린 가운데 상반기 이후 환율 마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수입차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연초 1.25%대를 이어가던 기준 금리를 지난달 3.25%까지 2%p 인상한 가운데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연초 1188.00원에서 지난 10월 1442.50원까지 무려 21.4%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445.00원을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프는 지난 10년간 환율의 변화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차량의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을 구입하려다 가격 인상 등으로 시기를 놓친 A(31세)씨는 "테슬라 모델3 차량을 구입하려 했으나 높아진 차량 가격이 부담돼 구입을 미루고 있다"며 "게다가 이자가 너무 높아져 할부를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높아진 환율을 감당하기 위해 차량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이로 인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판매량이 줄어들자 또다시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프가 할인 행사를 진행중인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 L' (사진=지프 홈페이지 캡쳐)

환율 상승으로 판매가가 높아진 대표적인 모델은 지프가 지난해 말에 출시한 '그랜드 체로키 L'이다.

그랜드 체로키 L의 두 가지 트림의 출시 가격은 각각 ▲오버랜드 7980만원 ▲써밋 리저브 8980만원이었지만, 달러 강세 영향으로 각각 800만원씩 올라 ▲오버랜드 8780만원 ▲써밋 리저브 9780만원으로 판매가가 형성됐다.

지프는 연말 프로모션으로 해당 차량에 최근 77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최대 1099만원을 할인하고 있지만, 출시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 대대적인 할인 판매로 보기엔 밋밋한 할인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랜드 체로키 L은 국내에 출시된지 1년이 지났지만 판매가가 10% 전후로 높아져 가격 부담이 커진 모델 중 하나다. 게다가 최근 지프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적으로 론칭함에 따라 기존 모델의 경쟁력이 더욱 약해져 할인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프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2022년형의 경우 재고가 거의 떨어진 상황"이라며 "재고 소진이 마무리 되면 신형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악명 높은 테슬라도 가격 상승분 수준에 해당하는 할인 판매에 나섰다.

'모델3'의 지난 3월달 가격은 각각 ▲스탠다드 6469만원 ▲롱레인지 7429만원이었지만, 각각 565~1040만원씩 올라 ▲스탠다드 7034만원 ▲롱레인지 8469만원으로 판매가가 형성됐다.

해당 차량은 12월 한 달간 각각 600만원에서 800만원씩 할인 판매를 선보이고 있지만 높아진 차량 가격에 비해 할인율이 낮다는 평가다.

테슬라의 모델3 판매가는 7034만원이지만, 연말 할인 프로모션으로 600만원 할인된 643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쳐)

테슬라가 국내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로는 판매량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의 판매량은 1만4372대로, 전년 동기(1만7818대) 대비 판매량이 19% 줄었다. 이 기간 테슬라는 가격을 급격히 올렸다. 부분변경, 연식변경 없이 올해만 6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12월 한 달이 해묵은 고가의 차량을 연말 할인 프로모션에 녹여 판매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새롭게 선보일 신형 모델들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지 못하면 내년엔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뉴스웍스에 "올해는 고환율로 인해 차량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높은 가격이 결국 판매량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라며 "가격은 오르고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친 모델들에 할인이 많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할인을 너무 많이 해주면 당초 비싼 가격에 구입한 소비자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할인 후 가격이 출시가와 비슷한) 할인율이 책정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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