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기자
  • 입력 2016.06.01 17:04
타이거 우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던 스피스, 이보미, 박인비. <사진제공=PGA 홈페이지, KB금융>

[뉴스웍스=이한익기자] 스포츠가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며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프로골프 선수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유달리 ‘스폰서 로고’를 많이 달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소비계층이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마케팅 주요 타깃이 되는데다 다른 종목에 비해 혼자 경기하다 보니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골프선수, 특히 성적이 좋고 유명한 선수일수록 모자, 의류, 골프백, 골프채, 신발 등 걸치고, 갖고 다니는 모든 곳에 브랜드 로고가 넘쳐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하면 곧바로 나이키 로고가 떠오를 정도로 유명 선수일수록 스포츠 마케팅 효과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우즈 캐디백 후원사, 성적 부진에 스폰서 계약 종료

그런 타이거 우즈(41)가 허리 부상으로 1년여 가까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캐디백에 로고를 부착하던 후원사가 계약을 끝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ESPN은 우즈를 후원하던 프로틴 음료업체 ‘머슬팜’이 우즈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1일 보도했다. 머슬팜은 2014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우즈의 캐디백에 회사 로고를 붙이기로 했으나 우즈가 부상으로 계약 기간에 15개 대회 출전에 그치면서 광고 효과를 얻지 못하자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머슬팜은 지금까지 700만 달러(약 83억원)를 우즈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계약 파기에 따라 위약금 250만 달러를 추가로 우즈에게 줬다.

우즈의 부진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올인해온 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타이거 우즈와 동일시되는 브랜드 나이키다. 1996년 우즈가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5년간 4000만달러에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후원하기 시작한 나이키는 이후 2001년 5년간 1억달러, 2006년 7년간 2억달러(2300억원)라는 ‘스폰서 대박’을 터뜨렸다. 우즈가 2000년대 골프황제로 군림하던 시기 그의 이름을 본딴 ‘TW라인’까지 내놓을 정도로 우즈와 함께 최고의 성공을 누렸다.

섹스 스캔들과 이혼 이후에도 부활에 성공하는가 싶던 우즈는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져 은퇴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우즈와 나이키의 재계약도 불투명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나이키는 부진한 우즈의 대안으로 2013년 로리 매킬로이와 10년간 2억달러의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매킬로이(26)가 지난해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치는 불상사를 겪으면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해 나이키로서는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즈의 ‘나이키’ 고전, 스피스의 ‘언더아머’ 급부상

나이키가 잇단 악재로 고전하는데 반해 언더아머는 활짝 웃고 있다. ‘제2의 우즈’로 불리며 지난해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현재 2위)였던 조던 스피스(22)를 2025년까지 후원하고 있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US오픈 등 메이저 2연승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주 PGA투어 딘앤델루카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만 22세10개월에 8승을 올려 같은 나이 때 우즈의 기록(7승)을 이미 갈아치웠다.

나이키가 우즈에 그랬던 것처럼 스피스의 모자와 셔츠에는 언더아머 로고가 선명하다. 스피스의 다른 스폰서들은 장갑(타이틀리스트)과 골프백(AT&T)에만 붙어 있다.

이같은 ‘스피스 효과’에 힘입어 언더아머는 지난해 스피스의 셔츠와 팬츠가 완판됐다. 매출 규모로는 나이키의 9분의 1수준이지만 지난해 이미 아디다스를 누르고 2위 브랜드로 떠올랐다.스피스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뉴욕 증시에서도 곧바로 언더아머 주가가 오르는 등 즉각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선 여성골퍼가 스폰서에 인기

해외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남자 골프 선수 잡기에 주력하는데 비해 한국은 낭자군들의 인기가 높다. 특히 한국에서 여자 골프선수들이 인기가 높은 것은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골프대회, 프로암대회 등 기업들의 VVIP 마케팅에 이들의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5월 박인비 선수는 KB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계약을 맺으면서 연간 계약금으로 기본 3억5,000만원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최대 5억 원까지 총 10억 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는 구체적으로 우승시 우승상금의 50%, '톱5' 진입시 30%, '톱10' 진입시 20%를 받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박 선수는 그해 6월 LPGA 챔피언십, 7월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 줄줄이 우승하면서 박인비의 모자에 자리잡은 KB금융그룹 로고가 전세계로 전파를 타면서 계약 두달만에 수천억원의 홍보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모자, 옷, 신발, 장갑 등 수십억원대 상품가치

스폰서 후원 단가가 가장 비싼 곳은 당연히 가장 눈에 잘 띄는 모자다. 특히 메인 스폰서 차지인 모자 정면은 프로골프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드러내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국내 선수들의 경우 모자 정면 스폰서 비용은 연간 수억대가 기본이다. 모자는 정면뿐 아니라 측면도 유용하다. 모자 측면에는 선수가 쓰는 클럽을 무상 후원하거나 일정 금액을 주고 로고를 붙인다. 정면만큼 노출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갤러리나 시청자들은 선수가 어떤 클럽을 쓰는지 모자 측면을 보고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모자 측면은 최근들어 선수 후원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수천만원대였던 계약 규모가 최근엔 억대 계약금으로 오르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조항을 별도로 넣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자 이외에 오른손잡이의 경우 샷을 날릴 때 카메라에 많이 잡히는 왼쪽 가슴이 두 번째로 비싼 곳이며 왼쪽 소매 등이 뒤를 잇는다.

골프백을 비롯해 장갑, 신발, 골프공 등 용품 역시 계약금보다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대회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인 장하나 선수의 경우 모자 정면(메인스폰서)에 붙은 비씨카드가 연간 2억4000만원을 후원했다. 왼쪽 가슴에는 연간 4400만원을 후원하는 이동수골프 로고, 오른쪽 가슴은 1년간 1등석을 무제한 후원한 아시아나항공 로고가 붙어있었다.

최근들어 국내 여성골퍼 가운데 스폰서 계약으로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상금왕, 다승왕(7승),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이보미(28) 선수다. 이보미는 실력은 기본이고 귀여운 얼굴과 미소로 일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연예인 못지 않은 팬클럽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모자에는 메인 스폰서인 혼마골프를 비롯해 일본 마스터스골프장 등 서너개의 로고가 붙어있으며 가슴에는 게임회사 LG휴대폰, 의류회사 르꼬끄, 어깨에는 골프존 등 국내외 10여개 기업의 로고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붙어있다. 스폰서 수입만 줄잡아 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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