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6.04 09:00

미국은 비용 절감, 한국은 소비자만족 강조..."인공 경제 도래하나" 우려도

[뉴스웍스=김벼리기자]

#1 “직원 시급을 올려줄 바에야 로봇을 쓰겠다.”

지난달 25일 에드 렌시 전 맥도날드 CEO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 화제다. 그는 "프렌치프라이를 싸주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직원을 시급 15달러를 주고 고용하느니 3만5000 달러(4140만원) 짜리 로봇 팔을 사는 게 싸다“고 덧붙였다.

렌시의 인터뷰 다음날인 26일, '15달러(약 1만7000원) 쟁취 운동' 단체는 시카고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1만여명의 노동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최근 맥도날드는 매장에 키오스크(KIOSK; 터치스크린)를 설치, 직원 대신 컴퓨터로 주문을 받는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2 여의도 소재 전자상거래 회사에 다니는 A(26) 씨의 점심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이다. 식후 일과시간에 늘 찾아오는 졸음을 쫓기 위해 점심식사 뒤 커피를 한 잔씩 꼭 마시는 A씨에게 1시간은 너무 짧다.

1초라도 아끼기 위해 그는 B커피전문점의 ‘사이렌 오더’를 활용한다. 사이렌 오더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는 서비스다. A씨는 “밥 먹고 카페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면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받을 수 있다”며 “10분 정도의 여유가 생겨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사람 대신 컴퓨터가 일선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비대면 서비스’는 이미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지하철 승차권을 사기 위해 매표소 직원과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없으며, 영화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직원매표소보다 무인매표기 앞이 더 길다.

앞으로 이런 ‘비대면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의 발전 등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은 외식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외식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미 모든 매장의 주문을 완전히 자동화한 기업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다소 늦었지만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 잡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기업들이 서로 앞 다퉈 서비스 자동화를 도입, 확산하고 있는 데에는 공통적으로 ‘이윤추구’라는 원동력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방향성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패스트푸드점 '잇사(Eatsa)'에서는 손님이 직접 태블릿PC로 음식을 주문하고, 요리가 나오면 직접 찾아 먹는다.

◆ 미국 - “인건비 절약”…비용 절감으로 이윤 창출

최근 미국 외식업계, 특히 패스트푸드점의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이다. 미 전역에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를 10.10달러로 올리는 '텐-텐법안'의 의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캘리포나아주는 오는 2022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뉴욕은 이미 지난 4월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외식업계는 비대면 서비스를 인건비 증가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 확대해나가는 모양새다.

샌프란시스코 패스트푸드점 '잇사(Eatsa)' 매장에는 종업원이 단 1명이다. 그마저도 ‘이용 방법 안내’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손님은 태블릿PC로 음식을 주문하고, 요리가 나오면 직접 찾아 먹는다. '파네라(Panera)' 역시 아이패드 스타일 자동 주문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칼스주니어(Carl’s Jr.)'와 '하디스'도 지난 3월 자동 주문 기계를 설치했다. '웬디스'는 올 말까지 셀프서비스 주문을 전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트렌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매장에서의 테크놀로지 이용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물론 처음에는 시스템 설치비용 등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고용주 쪽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드 렌시 전 맥도날드 CEO와 궤를 같이하는 생각이다.

한편 한 레스토랑 컨설턴트는 "외식업계 사람들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이러다가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인공 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 - “고객 편의”…소비 진작으로 이윤 창출

한편 한국의 비대면 서비스 확대 문제는 미국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미국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미약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에서 노동자위원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동결”을 고수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경우 초점은 인건비보다는 고객 만족을 통한 소비 진작에 맞춰져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성미가 급한 한국인에게는 자동화 서비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4년 전세계 중 한국에 먼저 도입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서비스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사이렌오더'의 주문 건수는 지난 2014년 5월 론칭 이후 400만건을 돌파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바쁜 시간대에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고객들의 이용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최근 차량으로 이동 중인 고객을 고려해 500m에서 2km로 반경을 확대한 이후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이렌오더'의 사용 빈도를 조사한 결과 시간에 예민한 학생과 직장인 고객층이 많이 방문하는 매장에서 아침 출근 시간대인 8~9시와 점심 시간대인 12~2시에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도 일부 직영점에 무인포스를 도입했다.

이와 관련 롯데리아 관계자는 "점심시간 등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인건비 절감보다는 고객 편의 효과가 더 크다"며 도입 취지를 밝혔다.

롯데리아에서 무인포스를 이용해본 K(26) 씨는 "옵션 추가도, 메뉴 선택 변경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IT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는 앞으로 디지털 전문 시스템은 확대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외식업계에서 디지털화를 통한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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