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유경기자
  • 입력 2016.07.07 13:47
[뉴스웍스=김유경기자] 우리 생활 전반이 스마트폰 속으로 광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손만 까딱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도 스마트폰이 해줄 수 있게 되면서 ‘데이팅 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인의 소개를 통한 만남은 범위가 한정돼 있고 결혼정보업체가 주선하는 만남은 고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데이팅 앱은 젊은층에게 반가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변 인맥을 통하지 않더라도, 연인 찾는 데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기회의 폭을 넓혀준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가벼이 여겨지기 마련이다. 데이팅 앱을 통한 만남은 마음에 드는 이성과 데이트하기까지 시간을 들여 주저하고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이 생략된 채 ‘한번 던져보고, 아님 말고’식의 태도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실제 만남으로 이어진다 해도 진지하고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게임처럼 손가락으로 상대를 넘겨가며 최소한의, 불확실한 정보만을 토대로 만남의 대상을 선택한다. 잘 안되면 다른 사람을 바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상대 역시 자신을 그렇게 여길 것이란 생각이 미치면 결국 남는 것은 공허함이다.

만남의 가벼움은 차치하고라도 접근부터 만남까지 '과도하게' 간소한 절차, 익명성에 기반 한 데이팅 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나 익명성에 바탕을 둔 공간일 경우 각종 일탈적 행위, 심지어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아닌 다른 ‘나’, 일종의 아바타로 등록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하지 않았던 과감한 행동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과거 인터넷 채팅사이트 등에서 성구매자를 찾던 성매매 종사자들이 데이팅 앱으로 둥지를 옮겨온 경우도 적지 않아 성매매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엔 앱을 통해 자신을 부자로 속이고 결혼자금 명목으로 여성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성과의 만남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가 존재하는 한 데이팅 앱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만큼 범죄 발생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미성년자가 탈선에 빠지거나 성범죄에 연루되기도 쉽다.

앱은 그저 수단이며 매개체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통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은 범죄 확산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십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서비스업체가 본인 인증 없이도 회원가입이 가능할 정도로 검증 장치가 허술하다는 것은 문제다.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일반화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회원의 범죄 경력을 조회하는 등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데이팅 앱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이용자 보호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국내 데이팅 앱 업체들도 검증되고 안전한 공간에서 신뢰에 토대를 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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