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2.30 15:29

허은아 "친윤에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 부끄러워"
서대문을 '보류'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해하기 어렵다"

주호영(앞줄 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주먹을 꼭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주호영(앞줄 왼쪽 네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주먹을 꼭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민의힘이 당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친윤계(친윤석열계)는 전진 배치시키고 비윤계(비윤석열계) 인사들은 대폭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직접 친윤계로 분류되지는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당선에 이런저런 도움을 준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중용하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선거구 253개 지역 중 당협위원장이 없는 사고 당협에 새 조직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2024년 총선을 대비해 기초 조직 정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비윤계들의 반발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추천한 조직위원장 42명을 최종 의결했다. 지역별로 서울 7명, 인천 4명, 광주 2명, 대전 2명, 세종 1명, 경기 15명, 강원 1명, 충북 1명, 충남 2명, 전북 4명, 전남 2명, 경남 1명이다.

정당의 조직위원장은 지역 당 조직의 의결을 거쳐 당협위원장이 되는 자리이고, 당협위원장에 임명된다면 사실상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공천 심사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셈이다. 대체로 정치인들은 조직위원장이 되느냐 아니면, 탈락하느냐는 총선에서 자신이 공천을 받게될 지 아닐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비대위에서 의결되거나 보류된 지역은 대체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채워졌거나 이들을 배려해 남겨진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가깝거나 비주류인 인사들은 대체로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상임공보특보단장을 지낸 검사 출신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은 현역 비례대표 허은아 의원을 꺾고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를 차지했다. 허 의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이곳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당시 최고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탈락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김 전 의원이 허 의원을 꺾고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이 된 것은 이준석계의 몰락과 친윤계의 전진배치라는 평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란 분석이다.

비대위원들도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적잖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비례대표 전주혜 의원은 윤희석 전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대변인을 꺾고 서울 강동갑에,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경기 고양병 지역의 조직위원장이 됐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인 정운천·노용호·윤창현 의원은 각각 전북 전주을, 강원 춘천갑, 대전 동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3선 의원 출신인 이학재 전 의원도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 자리를 되찾게 됐다.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김진모 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충북 청주서원, 이재명 저격수로 통하며 '굿바이 이재명'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경기 성남수정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또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지낸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은 서울 관악갑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경기도지사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홍종기 변호사는 경기 수원정에 각각 배치됐다. 이들의 면면을 봐도 윤 정권에서 각각 나름대로 기여한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서울고검 부장검사 출신인 최기식 변호사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출신 심재철 전 의원과 맞붙어 경기 의왕과천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반면, 비윤계 의원 등 불이익을 받은 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허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것이냐"며 "여름철 내내 게을렀던 돼지가 가을 추수철과 겨울에 당연한 듯 다른 동물들에게서 자신의 몫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던 '탐구생활' 우화가 떠오른다"고 비꼬았다.

이어 "동대문을에서 사실상 당협위원장 역할을 하며 당원과 주민들을 8개월간 만나며, 최고위 의결만 기다려왔다. 그런데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되지 않았다"며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럽기보다는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조강특위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8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갑을 비롯해 26개 지역구는 공석으로 남겨뒀다. 마포갑은 검찰 수사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로 노 의원은 차기 총선 출마가 불확실하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조강특위는 이렇게 변명했다.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라 현수막도 제대로 걸 수 없다'. 그런데 마포갑은 비워뒀다. 마포갑은 현수막을 내걸지 않아도 괜찮은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이번 결정이 친윤의 마녀 사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방증"이라고 성토했다.

서대문을 지역 당협위원장 임명은 예상외로 보류됐다. 서대문을에는 이곳의 당협위원장 출신인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응모했다. 송 전 부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송 전 부시장은 당협위원장 출신으로 자신의 지역구로 돌아오는 것이고 특별한 결격 사유도 없으며 지역구 특성을 감안할 때 전략 공천 지역이 아닌데도 의외로 보류된 배경을 놓고 평가와 해석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선 내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송 전 부시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른 뜻이 있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비대위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임명장을 수여하고 전당대회를 관리할 유흥수 선관위원장, 김석기 부위원장(국민의힘 사무총장)과 9명의 선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편, 김석기 국민의힘 조직강화특위위원장은 최근 각 지역의 조직위원장선정 기준에 대해 "총선에서의 경쟁력, 당 기여도, 정부 국정 기조에 대한 이해도와 지역 기반, 당원 배가 실적과 향후 운영계획 등이었다"며 "동대문을 지역의 경우 허 의원도 훌륭하고 두 분 다 좋은 분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김경진 전 의원이 더 있다고 봤다. 면접 결과 만장일치 판단이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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