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1.09 16:37

민주당 "국가가 표현의 자유 짓밟아"…이광재 "타인 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 불허"

나체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칼을 휘두르는 그림. (사진제공=굿바이전시조직위)
나체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칼을 휘두르는 그림. (사진제공=굿바이전시조직위)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회사무처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던 윤석열 정부 풍자 작품들을 사전에 철거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 12명이 주관한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30여 명의 정치 풍자 작품 8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작품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민주당의 '저질 정치'가 표현의 자유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를 모욕하는 그림 전시회를 주최하려다 철거 당했다"며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를 여는 것은 국회 내규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방문하기까지 했다"며 "지난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합성누드 그림을 전시하는 저질정치로 여성 대통령을 성적으로 모독하고, 국회구성원과 국민 모두에게 수치심과 불편함을 줘 국회 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민주당이 2023년에도 저질정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이번에는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거리 시위에 참여해 직접 퇴진 망언까지 했던 의원들과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꼼수 탈당한 무소속 의원, 위안부 할머니 돈을 횡령해 5년을 구형받은 무소속 의원이 공동주최했다고 한다"며 "형사법도 방탄해 무력화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이런 국회 규칙따위는 우스운 듯하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이 비록 실명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글의 내용상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으로 읽혀진다. 

정 의원은 또 "국회의 품격은 물론 국격까지 떨어뜨리며, 민생은 안중에 없이 정권 끌어내리기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의 저질정치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 국회 사무총장이 철거를 결정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계속해서 "대통령이라고 해서 풍자의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국회 규정을 어겨서라도 논란을 만들고, 국회를 멈춰세워 국정을 방해해야만 민주당에서 의정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건희 여사가 쓰러져 있는 윤석열 대통령 위에 앉아 있는 모습. 윤 대통령 손 옆에는 술병이 놓여있다. (사진제공=굿바이전시조직위)
김건희 여사가 쓰러져 있는 윤석열 대통령 위에 앉아 있는 모습. 윤 대통령 손 옆에는 술병이 놓여있다. (사진제공=굿바이전시조직위)

국민의힘은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전시회를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을 맹폭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9일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풍자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방하는 전시회를 국회에서 주최하려 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다.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고 힐난했다.

실제로 민주당 출신의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 및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규를 제시하면서 앞서 전날 오후 7시경 주최자 측에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국회사무처 내규를 들어 전시작품의 자진철거를 요청했고 결국 자진 철거를 하지 않자 직권으로 철거를 강행했다. 

한편,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사무처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전시작품 80여 점을 무단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등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의원들과 작가들은 이날 국회 사무총장실도 항의 방문했다. 전시 참여 작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재산을 가져가느냐"며 "반성이나 사과가 먼저"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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