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1.09 17:02

"수도권 전략 너무 중요하지만 당 대표 지역 출신 어디냐는 자가당착"
정우택 "캠프 사무실 들어올 때부터 전당대회장 입구 들어온 것 같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개최한 캠프 개소식에서 축하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개최한 캠프 개소식에서 축하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친윤계(친윤석열)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열린 캠프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윤 대통령 임기 초반 내부 분열의 씨앗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금·교육·노동 개혁을 포함해 국방·사법개혁 등 개혁과제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 따로', '당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는데 이제는 반면교사 삼아 호흡을 잘 맞춰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다음 총선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지난 대선 직전부터 대선 이후까지도 이어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파동에 대해 다시는 이 같은 내홍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김 의원의 다짐으로 읽혀진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단결해야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 셈이다.

그는 또 "수도권 전략은 너무 중요하지만 당 대표의 지역 출신이 어디냐의 논리는 자가당착"이라며 "내부 불협화음 없이 한목소리·한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당내의 당권 경쟁 주자 일각에서 나온 수도권 후보론에 대한 비판으로 관측된다. 즉 수도권 출신 후보가 아니더라도 출신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을 단결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피력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여부에 대해 "출마할지 말지 예단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현명하게 잘 처신하고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전당대회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개입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윤심이) '있다', '없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 저는 민심과 당심을 받들어 대표가 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당원과 지지자 등이 행사장인 대산빌딩 밖 골목부터 211㎡ 규모의 캠프 사무실 안까지 가득 메웠다. 김 의원 측은 약 3000명이 모인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캠프 개소식이 개최된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앞에는 김 의원의 지지자 등 30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캠프 개소식이 개최된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앞에는 김 의원의 지지자 등 30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원성훈 기자)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이 자리가 전당대회장인지, 캠프 개소식인지, 들어올 때부터 전당대회장 입구에 들어온 것 같았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 의원 측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유세장에 등장했던 '대북'(대형 북)도 등장했다. 이 북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조직이었던 홍보유세팀이 보관·관리 해오던 것으로, 충남에서 공수해 이날 행사장에 등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행사 시작 전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필로 '세상의 힘', '홍성의 힘', '충청의 힘', '국민의힘', '2022 대승리!' '윤석열'이라고 적은 대북을 힘껏 두드렸다.

김 의원 캠프 개소식엔 정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인제 전 경기지사, 황우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신평 변호사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축사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김 의원에게 보내 온 축전에서 "김 의원은 당이 어려운 시기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1년간 당을 이끌면서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며 "당대표로서 능력과 자질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국민의힘 앞에 남아있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과 단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위기가 닥쳤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 삼아 도약을 이뤄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 아래 하나로 뭉친 국민의 저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통합을 위해 무엇보다도 당이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하나 된 국민의힘'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김 의원이 앞장서 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김 의원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특별사면됐다. 

한편, 김학용·이명수·류성걸·박덕흠·윤재옥·조해진·김성원·송석준·이철규·김영식·박수영·배현진·양금희·윤주경·윤창현·이종성 의원 등 현역 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 의원측은 자당 소속 의원 약 4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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