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1.21 10:00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 속 올해 1%대 저성장 불가피…중국 성장률 1%p 떨어지면 한국 0.15%p 하락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설 연휴가 끝나면 성장률 관련 성적표가 나온다. 오는 26일 한국은행은 2022년 4분기 및 연간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회복 흐름 둔화와 더불어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수출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역성장이 시작됨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도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이처럼 올해 우리나라는 1%대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0%대, 나아가 연간 역성장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번졌고 그로 인해서 이동이 많이 제약됐다. 또 반도체 경기는 더 하락했고 이태원 사태라든지 여러 이유로 4분기 경제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며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분기 0.6%, 2분기 0.7%, 3분기 0.3% 각각 성장했다.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소폭 마이너스로 떨어져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연간 2.6% 달성은 가능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내놓은 2022년 성장률이 2.5%였던 만큼 4분기 마이너스폭이 다소 커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역성장이 시작됨에 따라 올해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한은은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연간 성장률 하향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 사이 일어난 여러 지표를 볼 때 아마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며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낮출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성장률 하락은 수출 부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수출주도형 성장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6839억달러)을 달성했지만 월간 수출은 10월부터 감소세가 시작됐다. 올해 1월 첫 열흘간 수출도 소폭이지만 0.9% 감소했다. 일평균으로는 14.1%이나 줄었다.

기업들도 올해 수출 여건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수출기업의 202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6.9%로 '개선'(16.9%) 응답의 2.8배에 달했다. 또 수출기업 중 39.5%는 대중 수출의 감소세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에 영향을 다소 받는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감소했다.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연속 줄면서 연간 수출액은 1558억달러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우리의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은 22.8%에 달했다. 1년 전보다는 2.5%포인트 축소됐으나 여전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로 3.0%에 그쳤다. 이는 문화대혁명(1966~1976)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함에 따라 경제가 크게 마비됐는데 지난해말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은행은 지난 11일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3%로 제시했다. 기존보다 0.9%포인트 하향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 경제성장률을 0.15%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대중 수출 감소 등을 우려해 올해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ING은행은 최근 '2023 경제전망 리포트'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0.6%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연간 역성장 전망도 나온다.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2023 세계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경제의 도전' 웨비나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0.6%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출 부진, 대규모 재고 증가, 금융 사이클 하락 등을 역성장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향후 중국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빠른 반등에 성공한다면 국내 경제의 위기탈출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 정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지나면서 3월부터 소비가 크게 개선되고 투자 증가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반등할 것"이라며 "주요 IB들도 위드 코로나를 반영해 올해 성장 전망치를 4.6%에서 4.8%로 상향했다. 특히 2분기부터 기저효과와 내수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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