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은 기자
  • 입력 2023.01.27 16:30

“일본군, 실질적 ‘군사시설’로 체계화…미군 상륙 앞두고 ‘위안부’ 잔류시켜"

(사진제공=휴머니스트)
(사진제공=휴머니스트)

[뉴스웍스=조영은 기자] 한 세기가 다 지나기까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모집, 관리한 기관인 ‘위안소’로 눈을 돌려 실태를 추적한 책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휴머니스트)’가 나왔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임에도 한국이 내는 목소리는 빈약하다. 고민 끝에 저자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직접 증언할 수 있는 피해자가 점차 사망하는 시점에서 답을 찾기 위해 ‘위안부’에서 ‘위안소’로 시선을 바꿨다.

저자는 위안소가 민간 업소와 본질적으로 다른, 사실상의 ‘군사시설’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총탄이 난무하는 최전선에서 어떻게 위안부와 위안소를 운영할 수 있었는지 위안소 설립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샅샅이 추적했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만주사변에서부터 아시아·태평양전쟁까지 일본군이 남긴 진중일지다. 진중일지는 중대 이상의 부대가 동원령을 수령한 날부터 복원을 완료한 날까지 작성이 의무화된 공식 기록물이다. 전사 편찬은 물론 부대원의 근무·승진 기록 같은 기초 자료와 더불어 군사적인 제반 경험이 기록돼 있다.

저자는 부대와 관련 부대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일상이 전부 담겨 있는 진중일지에서 위안소의 설치와 이용이 부대의 이동, 주둔, 작전, 훈련 등의 통상적 족적과 분리할 수 없는 군 행동의 일부였음을 찾아낸다.

진중일기는 앞서 위안부 관련 연구에서 여러 번 활용됐지만 대부분 위안소가 등장하는 당일의 기록만을 소개해 단편적으로 존재한 것처럼 드러나고 위안소와 군 체계와의 접점을 밝히기에는 부족했다.

저자는 이와 달리 지난 10여 년 간 방학기간을 이용해 틈틈히 진중일지를 읽고 분류하고 검토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거듭했다. 방대한 양의 진중일지에서 위안소와 위안부 관련 기술 전체를 추출하고 해당 부대는 물론 관련 부대의 제반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장기간의 실태 추적 끝에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위안소의 역사성을 실증적으로 책에 담아낼 수 있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에는 위안소 제도의 계획과 출현, 체계화, 확산 그리고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필 수 있다. 또 진중일지에 실려 있는 90여 개의 지도와 저자가 직접 정리한 50여 개의 표도 첨부돼 독자의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먼저 1장 ‘위안소 제도의 전사’에서는 위안소 개설과 운용, 외출의 근거가 되는 육군의 법령과 규정을 추적한다. 또 ‘성병의 심각화’라는 군의의 견해가 있었던 중일전쟁에서 위안소 제도 창안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밝힌다.

2장 ‘중일전쟁 발발과 위안소 설치’에서는 난징 함락 직후 추진된 위안소 설치와 피임기구의 특별 수송 과정을 정밀하게 그려냈다. 기존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성병의 실태와 피임기구 조달, 일본군의 급여와 군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3장 ‘위안소 설치와 이용의 실태’에서는 중일전쟁의 초기 국면을 중심으로 위안소가 설치되고 운용되던 양상을 복원한다. 이어 4장 ‘위안소 체계의 안착’에서는 1938년 이후 대규모 전투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위안소 개설이 어떻게 논의되고 성사됐는지 살핀다. 이 과정에서 육군은 물론 외무성과 내무성까지 위안소 설치에 관여한 사실도 밝힌다.

5장 ‘보병 제9여단과 위안소 이용의 장기화’에서는 보병 제9여단의 위안소 이용 실태를 다루며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의 진중일지를 토대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소를 찾아낸다. 이어 6장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의 지역별 위안소 체계’에서도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버마·필리핀·인도네시아 등지에 주둔했던 부대와 위안소의 흔적을 살핀다.

마지막 7장 ‘오키나와 결전과 위안소’에서는 오키나와 각지에 전개된 위안소의 실태를 주둔부대의 진중일지와 관련 자료를 교차해 위안소 제도가 ‘완성’됐음을 강조했다. 결전을 앞두고 일본군은 군의 ‘부속시설’로 여겨졌던 위안소를 실질적인 ‘군사시설’로 체계화했고 미군 상륙을 앞두고 ‘민간인’을 퇴거시키면서도 ‘위안부’는 ‘군의 요원’이라며 잔류시켰던 사실을 드러낸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에 더해 위안소 연구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면서 “위안소는 민간인 성매매 업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군의 부속 시설이며 위안소를 이용하는 병사들의 행위는 군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외출과 휴일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자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일본사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연구위원, 역사비평 편집위원,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특임교수, 교토대학 객원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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