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2.15 11:49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어디 가서 은행 다닌다는 말도 못 꺼냅니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한 은행원의 푸념이다. 지난해 열심히 일해 겨우 성과금을 받았는데 이자장사로 번 돈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의 주요 수익구조는 예대마진이다. 예금과 대출 간 이자 차이로 돈을 버는 것이다.

겉만 훑어보면 은행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준금리 방향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구조로, 결국 한국은행의 통화방향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한국은행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기준금리를 0.50~0.75%로 관리해 왔다. 코로나 시기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2021년 11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월 1.25%를 올린 뒤 7번의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현재 기준금리는 3.5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2%대에서 5%대로 상승했다.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려보면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난 원인은 부동산에 있다. 제로금리 시절 2030세대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시기가 2년 전이다.

금리 재산정은 대출 약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1년마다 바뀐다. 금리상승기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부동산 투자가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침체기로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본인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니 원망의 대상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온 셈이다.

은행이 욕심을 부렸다면 가계대출 자산은 큰 폭으로 늘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이자부담으로 원금을 갚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던 가계대출 추이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도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20년 1.42%에서 2022년 1.63%로 0.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예대금리차 역시 같은 기간 1.78%에서 2.13%로 기준금리가 1년 새 2.2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절반 수준이다.

사실 은행도 이자장사에 비판을 오랫동안 시달렸다. 이와 같은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년 사회공헌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지난 2019년 1조1359억원, 2020년 1조929억원, 2021년 1조617억원 등 매년 1조원 이상 금액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했다.

올해도 기존 사회공헌비용 외에 3년 동안 수익의 일부로 5000억원의 재원을 모아 취약계층 지원계획도 밝혔다. 

이와 같은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선 단순 비판보다 적절한 정책 제안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