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2.15 17:32

쟁의 범위 '권리분쟁 영역'까지 넓혀…'전원 반대' 국민의힘, 안건조정위 회부 신청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국회방송 캡처)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국회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원안을 일부 보강한 더불어민주당 수정안이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이날 국회에서 노조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8명 중 5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4명)과 정의당(1명)의 주도로 처리됐으며 민주당 측이 마련한 수정안이 반영됐다. 국민의힘(3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김영진 소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랫동안 논쟁이 돼왔던 노조법(개정안)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하고 결정했다"며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계 의견을 충분히 조정해 오늘 4차(4번째) 소위에서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외에도 '실질적인 근로조건 결정자'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도 쟁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임금협상 등 이익분쟁에 대해서만 가능했던 쟁의 범위를 권리분쟁 영역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노동자 개인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남발(연대책임)을 규제하기 위해 법원이 개인에게는 귀책사유·기여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배상)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김 소위원장은 "노사 간의 관계는 게임의 룰이다. 서로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잘 협상해 나가면 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는 자기 삶을 낫게 하고 사용자는 평화로 많은 이윤을 갖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는 국회법 절차대로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로 가게될 것"이라며 "만약 60일이 경과되면 다시 환노위에서 절차대로 의결하겠다"고 밝히며 직회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란봉투법 통과에 반발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바로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논란이 된 법안을 최장 90일간 숙의(熟議)하는 제도다. 국회법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3명, 여당에서 2명, 정의당(비교섭단체)에서 1명이 참가하게 된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정의당에게 안건조정위 공개토론을 요청한다"며 "토론을 통해 국민에게 각자의 주장을 알리자"고 강조했다.

이어 노란봉투법과 관련, "민주노총이 (노란봉투법을) 명분 삼아 춘투·하투·공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성실한 근로자와 사용자를 피해자로 내모는 법"이라며 "다시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반헌법적 손해배상 소송'을 막아야 한다"며 법안 개정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은 추후 열릴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주도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동조합법) 2·3조는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노동쟁의 및 쟁의행위의 개념을 담고 있다. 제3조의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선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2조는 단순한 개념 정의로 보이고, 3조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 읽혀진다. 

야당은 물론 노동시민단체에서는 도대체 왜 이 법의 개정을 요구해왔을까.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주로 3조에 집중돼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이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좁게 한정해 노조 활동이 제약되거나 근로자가 생계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주당의 개정안 보다 좀더 나아간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이 조항을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노조의 단체교섭·쟁의 행위에 대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상한도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노동조합법 2조 1호도 문제 삼았다. 현행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그 밖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도 근로자로 보도록 했다.

노동계는 현재 노동조합법 2조 2호 역시 문제 삼았다. 현행은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규정하도록 했다. 즉 하청과 같은 간접고용,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까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 및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노동계는 "실제로 배상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민 형사상 면책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대폭 넓히고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라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용어다.

2013년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노조 관계자들에게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서 47억원 배상 판결을 받자 노조원들에게 배상금에 보태 쓰라는 '노란봉투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던 것에서 비롯했다. 이후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노조의 쟁의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포괄해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노동계는 2022년 7월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하이트진로 사태에서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뒤 노란봉투법 제정을 강력 요구해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