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2.18 06:30

IBK투자 "미국 경제지표 '긴축' 연장 시사하나 과도한 불안"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3.50%인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미국에서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연장을 시사하고 있어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으나 아직은 동결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국내외 지표는 인상이 끝났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한은이 금리 결정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가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5%대 고물가가 6개월째 계속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연초 제품가격 상승, 한파로 인한 시설채소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점도 변수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6.4% 상승했다. 시장 예상(6.2%)을 상회하면서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0.25%포인트씩 3번 인상해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고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7% 오르면서 시장 예상(0.4%)을 상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1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3% 늘어났다. 다우존스 추정치(1.9%)를 크게 웃돈 수치였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이처럼 연준의 최종금리가 5.50%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늘어나면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런 우려는 지나치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및 물가 발표 이후 과도하게 후퇴한 연준의 피벗 기대감은 작년 크게 부각됐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과도한 우려를 되돌리면서 형성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여러 물가 관련 지표들이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압력 역시 과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최종금리가 5%를 훌쩍 뛰어넘으면 한은 기준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연준 정책금리(4.5~4.75%)와 상단에서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 동결을 선택하고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벌어진다. 과거 역대 최대 역전 폭이 1.50%포인트였음을 고려하면 2월 동결 결정을 내린 뒤 상황을 살필 여유는 있다.

금통위원 6명의 의견이 엇갈릴 때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정책결정에 있어 연준보다 국내 상황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외 기관에서 우리경제가 상반기에는 예상보다 더 어렵고 하반기에는 회복흐름이 더 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중 심화될 경기둔화에 대응하려면 금리 인상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동결 가능성을 키운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을 제외하곤 모두 올라 지난해에만 2.25%포인트가 인상됐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는 연간 8번 열리는데 7번이나 인상이 단행됐다. 앞서 시장에서 예상했던 최종 금리 수준인 3.5%에도 일단 도달한 만큼 한 차례 정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은행의 고금리를 겨냥해 '돈잔치'라고 비판하고 있는 점도 한은에겐 동결 명분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에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4일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은행의 고금리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물론 한은의 결정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상 사이클 마무리라는 인상보다는 매파적인 인상을 주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급을 통해 긴축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1월 고용지표 호조에 국내의 시장 내재 정책금리도 상승되면서 긴축 부담이 재차 부각되고 있지만 미국 2월 임금상승률의 둔화가 확인되면 재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매파적인 위원들도 미국 2월 고용 지표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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