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2.18 13:37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들. (사진제공=제주 세계유산본부)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들. (사진제공=제주 세계유산본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마라도에 살고 있는 10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모두 섬에서 나가게 됐다. 

길고양이들이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를 비롯한 야생조류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7일 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와 서귀포시, 한국조류보호협회, 학계 등으로 구성된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 저감 대처방안 마련 협의체' 2차 회의를 열어 마라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을 모두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협의체는 이날 뿔쇠오리들이 마라도에 이미 도래하기 시작한 만큼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일괄 반출키로 결정했다. 반출된 길고양이들의 안전 관리 방안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강구키로 했다.

마라도에는 과거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들여온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이 야생화되면서 섬 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됐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뿔쇠오리까지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도는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있는 섬으로, 면적이 0.3㎢에 불과하지만,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다. 많은 한국 미기록종과 신종생물이 발견돼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방과 미국의 알래스카부터 아시아를 지나 호주와 뉴질랜드로 이르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의 중간에 위치해 철새 보호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철새다. 보통 2월 중순부터 마라도로 날아온다. 

현재 마라도에는 11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고양이 개체수가 늘면서 뿔쇠오리가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는 민원이 더욱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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