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2.23 12:39

"경기보다 물가 고려한 결정"…금통위원 5명 "최종금리 3.75% 가능성 열어둬야"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 즉 인플레 둔화 속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 금리 수준, 중국 경제 회복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됐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번의 연속된 회의에서 2.25%포인트가 올랐던 기준금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0.50%에서 3.50%로 올랐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가 열릴 때 마다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5명의 금통위원이 동의했다. 조윤제 위원은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 예상처럼 '인상 같은 동결' 메시지를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해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서 계속 인상됐는데 과거에는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과거로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금통위원들의 최종 금리수준 인식도 높아졌다. 이 총재에 따르면 6명 중 5명이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1명만 3.5%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는 3명의 위원은 3.5%로, 다른 3명은 상황에 따라서는 3.75%까지 올려야 한다고 봤다.

이번 동결 결정도 '물가'가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총재는 "경기도 고려하지만 물가가 금리 결정의 주요 요인"이라며 "물가가 빨리 안 내려가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5%가 넘는 고물가가 이어지는데 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지난해는 하반기에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경로였지만 지금은 3월 이후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2월에는 1월(5.2%)보다 조금 낮은 5% 내외를 기록하다가 3월부터는 지난해 유가 급등의 기저효과가 반영돼 4%대로 낮아지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연말에는 3%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물가경로가 예상대로 흐르면 굳이 더 금리를 더 올려서 긴축적으로 가기 보다는 지금 수준에서 그 영향을 확인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장기목표인 2%로 간다는 확신이 들면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한은은 이날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0.1%포인트 하향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연착륙 가능성, 중국 경기 회복 등으로 0.2%포인트 정도의 상향 요인이 있었으나, IT 경기 부진 및 국내경기 둔화로 0.3%포인트 정도의 하향 요인을 종합 반영했다"며 "하반기 이후 성장세는 점차 나아질 것 같지만 주요국 통화정책과 중국 경제 회복상황, 국내 부동산 전망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낮췄다. 이는 주로 '유가'에 영향을 받았다. 이 총재는 "11월 예상보다 국제유가가 많이 낮아졌다"며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유가가 오를 수 있으나 아직 선물시장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서는 "각종 기관에서 중국이 올해 5%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경제 회복이 소비재 위주로 회복되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우리에게 미치는 효과는 과거보다는 낮을 수 있다"며 "기존에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1% 오르면 우리 성장률도 0.2~0.25% 정도 상승할 것으로 봤는데, 이번에는 보수적으로 절반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다 효과가 더 있으려면 여행객이 많이 늘어야 한다. 중국인 여행객이 600만명에서 20만명으로 줄어든 만큼 이 숫자가 늘면 긍정적 효과도 커질 것이나, 중국 경제 회복되면서 에너지 가격을 올리면 부정적 효과가 날 수 있다"며 "2분기 이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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