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2.25 07:00

금융시장 "금리 인상 사실상 종료…급격한 대외 여건 변화 없는 한 당분간 동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가파르게 상승하던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1년 만의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이에 최종 금리 수준이 3.75%까지 열렸지만 시장은 현 수준인 3.5%에서 종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3.5%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 금통위 이후 7번의 연속된 회의에서 인상됐던 기준금리가 8번째 회의 만에 동결됐다.

연초만 해도 1~2월 한 차례 추가 인상 후 동결을 거쳐 빠르면 연내 인하까지 기대됐으나 미국내 경제지표 둔화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4월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실제 동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동결 결정에는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특히 6명 중 5명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1월에만 해도 3명은 3.5%, 3명은 3.75%를 최종으로 봤다. 이처럼 금통위가 '동결'에도 불구하고 다소 매파적이었으나 시장 해석은 '종료'에 무게가 실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재는 부인했으나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는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총재가 물가가 경기보다 중요한 정책 요인이라고 밝혔지만 경기 둔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인상을 중단하고 효과를 살펴보자는 발언도 단순히 불확실성 때문만이 아니라 3.50%의 기준금리가 지금 경제여건에서는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3개월 기준 최종 기준금리에 대해 5명의 위원들이 3.75%라고 주장한 것은 인상 우려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이 또한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에 그쳤다"며 "향후 기준금리 경로는 연내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차기 금통위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이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차기 금통위는 4월 11일 개최될 예정이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다음 금통위는 4월에 개최된다. 반면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월에 열린다. 이때 4.5~4.75% 수준인 연준 정책금리가 적게는 0.25%포인트, 많게는 0.50%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0.50%포인트가 오르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과거 역대 최대 역전폭(1.5%포인트)을 뛰어넘게 된다. 

금리 역전폭이 외국인 자본 유출의 전부는 아니지만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 시장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1월에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자금이 53억달러 순유출됐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순유출이다.

이를 두고 한미 금리 차이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재는 "1월에 주식 자금(50억달러 순유입)은 많이 들어왔지만 채권은 많이 빠져나갔다. 파악하기로는 주로 장기투자를 했던 연기금과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기관들이 많았다"며 "외환보유고를 소진해 이를 보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건지, 아니면 금리 격차 때문인지는 지금은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도 "기계적으로 금리 차이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상황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펼칠 것을 지속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급격한 대외 여건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기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서 여전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75%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풀이된다"며 "미 연준의 긴축 부담 완화, 중국의 리오프닝 수요 기대감이 축소된다면 금리의 추가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최종 금리수준은 3.5%가 될 것으로 여전히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5.25% 수준에 그친다면 한은 기준금리도 3.50%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물가 및 성장률 하향 조정 등과 함께 향후 경기 하강 압력 고려하면 인상보다는 동결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상보다 미 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추가 인상 대응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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