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2.24 16:23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막겠다는 의미다. 해당 조치가 실제 적용될 경우 주력 제품의 상당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16㎚ 이하 로직칩,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장비·기술을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중국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조치다. 당시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용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와 두 기업은 현재 반도체 수출 통제 유예를 연장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은 그간 예외적으로 한국 기업에 부여했던 특혜를 중단하고, 향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생산 규제까지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수 있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국 장쑤성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장쑤성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제약이 가해진다면, 제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 공장에서 진행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에선 현재 수준보다 고도의 기술이 수반된 반도체 생산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최선단 미세공정에 필요한 최첨단 장비 반입은 물론,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0~40%,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협의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에스테베스 차관 발언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 측 발언은 중국 내 우리 기업이 운영 중인 생산시설의 포괄허가 연장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 수준 설정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한·미 정부 간 미래 기술 수준 한도 설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현재 한·미 양국은 중국 내 우리 반도체 기업이 현재 운영 중이거나 투자 진행 중인 생산을 저해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미국 측과 반도체 장비 포괄허가의 연장과 미래 기술 수준 설정 논의를 긴밀히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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