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2.28 18:25

친이재명계, 이탈파 적대시…구속영장 추가 청구시 '찬성' 막기 위해 표결 불참 주장
이상민 "기권·무효표도 체포동의안 찬성" vs 김용민 "동지에 대한 신뢰와 예의 우선"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이른바 '좌표찍기'의 일환으로 온라인상에서 배포한 '수박(여기에서는 비이재명계 의원들) 명단'. (사진=독자제공)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이른바 '좌표찍기'의 일환으로 온라인상에서 배포한 '수박(여기에서는 비이재명계 의원들) 명단'. (사진=독자제공)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예상대로 부결됐지만 민주당의 당권파라고 할 수 있는 친이재명계에 의한 비이재명계에 대한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28일 '더불어민주당 낙선명단'이라며 44명의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그들의 사진과 함께 전화번호를 명기해 온라인상에서 배포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찌라시 주장 이탈자 37명보다 7명 더 많아 

'개딸'로 표현되는 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27일 이재명 체포동의안에서 찬성표를 던진 당내 의원들을 최대 44명으로 지목했다. 44명의 의원들을 '좌표찍기'에 의한 무차별적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들이 44명을 이탈표라고 생각하고 이른바 '좌표찍기 대상'으로 삼은 근거는 이렇다. 44명이라는 '좌표찍기 대상자'들을 추린 과정에 대해 '친이재명계'로 유명한 한 인물은 "과거로부터 어떤 정치적 사건이 있을때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발언이나 표를 행사해 온 의원들을 추려서 나온 숫자"라고 전했다.

이 같은 숫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나돌았던 한 찌라시(정보지)에서 이탈표로 지목한 37표보다 7표가 더 많은 숫자다. 7표라는 차이가 난 이유는 찌라시에서는 27일 표결만을 놓고 분석한 결과이지만, '개딸들'이 선정한 44명의 이탈표는 과거로부터 그들 고유의 누적된 경험을 통해 산출한 결과치이므로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찌라시에선 재적 299명에서 2명이 결석했으니 총원이 297명이고 이중에서 민주당 성향표는 169명에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계열'인 6명의 의원(김진표·민형배·박완주·양정숙·윤미향·용혜인)을 더해 175명으로 봤다. 국민의힘은 114석(정찬민 의원은 구속중이므로 제외)인데 여기에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더해지고 당론으로 가결에 서겠다던 정의당 6명의 의원을 더해 총 122명이다. 그런데 가 139, 부 138이므로 민주당 계열 전체에서 가결표 18표, 무효표 9표, 기권표 10표가 이동돼 총 37표가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은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지도를 그려놓고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이름과 그들의 지역구를 명기하는 방식으로 '좌표찍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들이 올린 이런 식의 포스터 제목에는 '수박 명단'이라고 써놨다. 바야흐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불꽃 내전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수박'의 원래 의미는 '겉과 속이 다른 자'라는 것이었지만 이것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경유하면서 '계엄군에 의한 민중 학살'의 의미가 더해졌고 최근에는 친이재명계가 비이재명계를 칭하는 '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부터의 사례를 통해 보면, 실제로 이런 '좌표찍기'의 대상이 되면 해당 의원들은 그날부터 물리적 위협을 포함해 정신적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단기적으로는 당권 향배를 두고 내홍이 깊어질 전망이다. 당의 비주류에 해당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번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찬성표가 오히려 반대표보다도 1표 더 많은 상황은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탄 국회' 비판이나 이 대표 스스로 대선 당시 공약한 '불체포특권 폐기'를 뒤엎는 데 불편해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그것(기권·무효표)도 (체포동의안) 찬성이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당 대표 거취 문제를 앞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대표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온라인 상에서 배포하고 있는 '수박(비이재명계)' 그림. (사진=독자제공)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온라인 상에서 배포하고 있는 '수박(비이재명계)' 그림. (사진=독자제공)

◆본격화된 '이탈 의원 색출작업'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민주당내에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질타했다. 그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 신병에 대한 표결이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무기명 비밀투표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 당원들에게 어떤 표결을 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밝히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평소 당 대표에 대한 입장을 보면 된다. 표결 이후의 언행은 분명한 징표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탈표 던진 의원들 색출작업'의 일환으로 읽혀지는 행보다. 

현 부원장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언급까지 했다. 그는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을 콕 찍어서 "윤영찬 의원님께 묻고 싶다. 어떤 표결을 했느냐"며 "당당하게 밝히고 당원과 국민들께 평가받을 생각은 없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같은 흐름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동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같은 당의 이상민 의원을 정조준 해 "지지자와 싸우는 정치인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동지에 대한 신뢰와 예의가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이는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딸들(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로부터 살벌한 문자를 받았다"며 "지금 문자가 상당히 오고 있다. 숫자뿐만 아니라 내용도 굉장히 좀 살벌하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인터넷신문을 링크해 놨다. 

지난 27일 국회앞에 모여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을 외치고 있는 '개딸들(강성 이재명 지지자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 27일 국회앞에 모여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을 외치고 있는 '개딸들(강성 이재명 지지자들)'. (사진=원성훈 기자)

◆친이재명계, 비이재명계 '적'으로 인식

이런 가운데, 이른바 '개딸'로 분류되는 한 네티즌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결이 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수박(비이재명계를 가리키는 멸칭)들'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뜻일 것"이라며 "역시 믿을 건 이재명 밖에 없다.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거래란 있을 수 없다. 이재명을 끝까지 지지해야 할 이유다"라고 썼다. 

이 네티즌은 '비이재명계'가 이재명에게 지난 27일 체포동의안을 놓고 이를테면 당대표 사퇴를 요구했는데도 이재명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표가 1표 더 나오는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읽혀진다.  

또 다른 '개딸'의 일원은 28일 카카오 단체카톡방에서 "솔직히 이재명 대표를 부결로 지켜주지 않는 위원들은 민주당을 국짐당(국민의힘의 멸칭)에 빠지는 꼴 맞는 거죠"라며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이 어찌되든 관심 없다는 것은 당원으로써 용서가 되시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건 용납할 수 없는 태도 맞지 않느냐"며 "따라서 이번 기회에 (찬성표 던진 의원들을) 색출할 겸 기명 투표를 강경하게 요구해 기명투표로 당원들이 지역 의원들을 확실하게 알고 당비를 내야 맞다. 각 지역구부터 의원들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딸들'의 일반적 정서가 이 정도라면 '친이재명계'가 '비이재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같은 당내의 다른 의견 그룹이라는 인식 정도가 아닌 '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즉 토벌해야 할 적이라는 정도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만들어서 온라인상에서 유포하고 있는 '낙선명단'. 실물과 달리 잘 보이지 않게 처리한 사진. (사진=독자제공)
'친이재명계' 네티즌들이 만들어서 온라인상에서 유포하고 있는 '낙선명단'. 실물과 달리 잘 보이지 않게 처리한 사진. (사진=독자제공)

◆"이탈표 의원 색출 작업에서 '민주주의' 찾을 수 없어"

반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떻게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 기권, 무효표를 던지냐며 기염을 토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며 "그렇다면,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찬성표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당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문제가 아니라 범죄 의혹이 있다면 이에 대해 얼마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계속해서 "박근혜는 당시에 검찰이 영장도 청구하기 전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탄핵이 됐다. 당시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들은 배신자냐"며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앞뒤 분간 못하는 당신들이 오히려 국민의 배신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음에도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혈안이 된 당신들의 모습에서 민주주의의 '민' 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또한 "오히려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기는 커녕 현대판 마녀사냥이나 일삼는 당신들이 '매카시즘'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며 "제발 한심한 소리들 그만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성찰이나 하길 바란다"고 규탄했다. 

결국, 인물만 바뀌었을 뿐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찬성표'와 지난 27일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본질적으로 데칼코마니의 성격을 가진 사건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진영논리'에서 탈피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본령에 충실하자는 외침으로 해석된다. 

최근 민주당내의 분위기를 표현해 각종 SNS에 돌리고 있는 포스터다. (사진=독자제공)
최근 민주당내의 분위기를 표현해 각종 SNS에 돌리고 있는 포스터다. (사진=독자제공)

◆'대표직 사퇴' 여부 민주당 미래 결정 시금석

일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위기는 이제부터가 사실상 '진짜'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비이재명계 세력이 만만치않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검찰이 2차, 3차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에 따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그때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책은 아예 국회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가 169석인데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정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라는 정족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표결 자체가 무산된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체포안이 또 날아들면 그때는 아예 표결에 집단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당론을 어기고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표결에 동참하겠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갈 강심장을 가진 의원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결국 관건은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이다. 현행은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현행 당헌·당규상으로는 이재명 대표가 설령 구속 기소가 돼더라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에 대항해 노골적인 반대를 표명한다면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 한 총선에 출마하려는 자신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공천을 받고도 민주당 전체가 공멸하는 길로 들어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시각도 만만찮다. 결국, 자의건 타의건간에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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