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3.03 10:19

"입장한 사람 밝혀지게 돼…건강한 제1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래"

주호영(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주호영(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표결 불참론'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탈표 차단을 위해 표결에 불참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국회판 십자가 밟기"라고 쏘아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처럼회(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다음 체포동의안이 들어오면 일제히 본회의에 참석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온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주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오게 될 경우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으면 의사 정족수를 채울 수 없어서 회의가 무산된다"며 "무기명 비밀 투표에서 찬성할지 몰라서 (본회의 입장을) 못 하게 하고 들어간 사람은 밝혀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체포안 표결 불참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해 반헌법적인 것이고, 양심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락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국 민주주의 수준 자체가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쏘아붙였다.

'십자가 밟기'라는 표현은 조선시대 후기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조정의 박해 수법이었다. 배교의 증거로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라고 종용한다. 이를 따르면 살려주기는 하지만 평소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잔인하게 처형 당한다. 양자택일의 상황을 지칭한다. 

민주당 강경파는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했는데도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소속 의원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의미를 담아 표결불참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표결에 참여할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친이재명계측 판단이다.

주 원내대표는 또 "위기이고 급할수록 정도를 찾아야 살길을 찾는다"며 "민주당의 꾀는 죽는 꾀, 독을 깨는 꾀를 내서 안타깝다. 말이 씨가 되지 않도록 두 번 다시 (보이콧 관련) 말이 안 나오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첫 공판이 이날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재판을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되는 진실의 장으로 넘어갔다"며 "상처가 났을 때 도려내지 않으면 전체가 부패하거나 썩는다. 민주당이 건강한 제1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살길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해서 대처하는 것뿐이라고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민주당 전체가 떠안고 같이 가려고 하다가는 민주당 자체가 궤멸될 것이라는 경고로 읽혀진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