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3.03 18:15

박태순 "정치적 해결 위해 열성지지자 부추겨 '거리 투쟁' 나설 것"
정성태 "당직 정지 여부 놓고 친이재명계·비이재명계 혈투 예견"
야당 "표결 불참 시도해도 민심 들끓어 체포동의안 결국 통과될 것"

이민구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 (사진제공=이민구 대표)
이민구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 (사진제공=이민구 대표)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169석을 무기로 국회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의 '입법권력'을 휘둘러 왔던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한 둑'에 지난 2월 27일 주먹이 들어갈 만큼의 구멍이 뚫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오히려 한표 더 많이 나오면서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민주당에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자칫하다가는 견고했던 둑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는 사람들도 적잖아졌다. 자신의 주먹으로 뚫리려는 둑을 막았다는 네덜란드 한 소년의 일화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이미 민주당의 내홍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개딸들(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자들)은 당시 표결에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서는가 하면 비이재명계의 수장격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구제명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수박(비이재명계에 대한 멸칭)을 색출해서 타도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박 깨기'라는 퍼포먼스까지 실행하는 등 '친이재명계의 비이재명계 죽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이재명계는 소극적인 저항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정치 전망에 대해 네 명의 정치 전문가는 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프랑스에서 장기간 생활했으며 소르본느 정치학과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와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은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찬성이 반대를 앞서면서 검찰은 오히려 더 힘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3일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대선 후보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다"며 "이밖에도 이 대표와 관련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에 따른 기소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원장은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민주당 내부는 친명·비명 간에 대립이 격화되는 모습 속에서 이 대표는 분열을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고자 하지만 이미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고, 개딸 등의 열성지지자들에 기반을 둔 미약한 정치적 뿌리로 인해 당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홍근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강하게 나타나면서 당은 리더십 공백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민주당은 한동안 분열이 더 심해질 것이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 사안별로 대응할 듯 보인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선거법 위반, 대북송금 문제, 대장동과 성남FC 등에서 대북송금 문제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돼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나 다른 사항들은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그는 "결국 이 대표의 운명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열성 지지자들을 더욱 부추겨 '거리 투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총선을 준비해야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생존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시기가 언제쯤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했다. 

또한 "5월에 있을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 그리고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 이낙연 전대표의 행보도 주목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재명 대표-신임 원내대표-이낙연 전대표' 의 정치 생태계가 어떻게 구축될 것인지가 민주당의 진화와 문제 해결의 핵심적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맺었다.  

원외 소수정당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의 이민구 대표는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이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서초 현장에 나왔다. 역사적인 날이다"라며 "드디어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인 이재명을 사법부에서 처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은 공직선거법위반을 시작으로 위례·백현동·성남FC 등의 기소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재명은 항상 입으로는 민생을 이야기하나 민생을 챙길 물리적 시간이 없는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더 이상 속을 국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재명의 유죄판결로 이재명이 정치권에서 제거돼야 민생이 산다"며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이재명과 함께할 수 없는 지경에 왔고 당대표가 법정에 나오는 날에도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해외로 나가는 장면은 체포동의안 가결 때와 유사한 느낌"이라고 비꼬았다.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 (사진제공=정성태 전 수석대변인)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 (사진제공=정성태 전 수석대변인)

실제로 지난 1일 20여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3월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도 베트남, 스페인 등의 해외로 출국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곧 이재명을 버리고 각자도생을 시작할 것이며 그 세력의 힘은 개딸과 충돌하게 돼 있고 그 결과는 개딸의 침몰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재명에게 유죄판결을 해야 '진보의 재건축'이 시작된다"고 말을 맺었다.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도 나섰다. 그는 최근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외형상 부결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사형 선고에 다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표결에서 민주당 이탈표가 적지 않게 나오자, 당 내홍이 더 극심히 번지는 양상"이라며 "이 대표 극렬 지지층인 개딸들이 속칭 '수박 색출'에 나섰다. '십자가 밟기'가 종용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이 마비된 채 부유하는 팬덤 정치의 병든 자화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무척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당직 정지 여부를 둘러싸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사이의 혈투가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장동, 위례, 성남FC 의혹 말고도 이 대표가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체포동의안이 재청구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오늘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1심에서 높은 형량이 선고될 경우, 민주당은 걷잡기 어려운 격랑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며 "비이재명계는 물론이고 친이재명계 중에서도 적잖은 인사들이 이탈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총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이 열리게 되고, 또 다른 숱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계속되게 된다. 언론 보도가 온통 그와 관련해 도배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며 "그에 따른 당 내분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치르기엔 버거운 지경으로 내몰리게 될 개연성이 높다. 모두 민주당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의 보좌진은 "이재명 스스로 민주당 당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결단을 한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아마도 그의 2차 체포동의안 부결에 힘을 모아줄 것"이라며 "이재명 스스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서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는 게 최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차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과정에서 봤듯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줬기 때문에 이재명이 자진사퇴하거나 영장실질심사를 스스로 받겠다고 나서는 행보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올 경우 이번에는 가결을 시킬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굉장한 내분 속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 소용돌이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분당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 국회가 공전하게 될 것 아니냐'고 하자 "그리되면 체포동의안이 계속 표류하는 상태가 될 것이고 이런 상태가 되면 민심이 들끓게 될 것이고 민주당내에서도 비이재명계의 목소리가 힘을 받게 돼 결국에는 비이재명계는 물론이고 정치적 색채가 희미한 의원들도 이에 동참해 국회 표결에 나서게 되면서 체포동의안은 통과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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