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3.10 13:18
차진형 기자.
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오이 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몸을 구부리면 오이를 훔치려는 줄 알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단 뜻이다.

최근 보험업계에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 발생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 후보자로 변재상 대표와 김재식 대표를 추천했다.

첫 공시에선 변재상 대표와 사외이사 3인(김학자·이경섭·최승재)이 참석해 전원 찬성 가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셀프연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변경사유 없이 ‘의결권 있는 3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변경 공시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은 했지만 투표 현장에선 변재상 대표가 빠졌다는 해명이다. 금감원 역시 변경 공시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미래에셋생명 손을 들었다.

사측과 금감원 모두 오해였단 해명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금융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한 만큼 금감원 스스로 관리 감독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문제의 시작은 대표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했는지보다 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냐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 역시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 임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거나 모회사가 추천한 기타비상임이사가 포함돼 있어 미래에셋생명과 같은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최근 여승주 대표의 재선임을 결정한 한화생명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황영기 사외이사, 조현철 사외이사, 김중원 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다. 신한라이프 역시 사외이사 2명과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현직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는다.

임추위는 최고경영자 선임 외에도 차기 CEO 후보군도 관리하고 있는 만큼 현직 대표가 회의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차단한 것이다.

KB라이프는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분리해 운영 중이다.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면서 관치란 비판도 적지 않다. 현 정권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 새롭게 선임되면서 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선 금융지주, 은행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모든 금융회사에도 똑같은 지배구조 관리 방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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