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3.18 06:30

ECB 0.5%p 올려 SVB발 위기 속 긴축기조 유지 전망
파월 기자회견서 금리 인상 종료시점 판단 여부 관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FOMC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현 4.50~4.75%인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우리시간으로는 23일 새벽 발표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관련 불안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상폭은 0.25%포인트일 가능성이 우세하다.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종료시점을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3월 초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잇따르면서 0.50%포인트 인상, 즉 빅스텝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SVB 및 뉴욕주 시그니처은행 폐쇄에 더해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위기설 등 연준의 긴축정책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최근 일주일 사이 금융시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특히 SVB 폐쇄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이 크게 확산됐다. SVB는 벤처캐피탈 및 기술스타트업 전문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2090억달러의 미국 내 16위권 은행이다. 다만 유동성 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미 당국이 지난 10일 폐쇄를 결정했다. SVB의 폐쇄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역대 폐쇄 중에서 두 번째로 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SVB의 파산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고객의 대규모 예금인출, 직전 가상화폐 전문은행 파산 영향 등에 주로 기인한다. 우선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정책금리를 큰 폭 올린 가운데 SVB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아직까지 미실현 손실이 상당하나 잠재 손실 증가에 따른 SVB의 유동성 악화와 신뢰도 저하로 연결됐다. 특히 벤처캐피탈 등 대규모 예금인출로 현금이 소진됐다. 일부에서는 벤처캐피탈로 인한 히스테리적 뱅크런을 폐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SVB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 부문의 건전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하면서 3월 FOMC에서의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급격히 상승했다.

CME Fedwatch에 따르면 17일 기준 FOMC에서의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80%, 동결 확률은 20% 수준이다. SVB 파산과 예상보다 높지 않은 2월 물가지표 발표 후 빅스텝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참고로 미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올라 시장 예상(6.0%)에 부합했다. 전달 상승률(6.4%)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로 미 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3월을 포함해 향후 빅스텝으로의 회귀 가능성이 희박해진 동시에 최종 금리 수준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 단행은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공산이 높고,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3월 FOMC에서 금리 결정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금리인상 종료가 여전히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1일로 예정돼있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차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1일로 예정돼있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편 이번 FOMC에서 연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가 인상되면 4.75~5.0%가 된다. 이는 한은 기준금리(3.5%)보다 상단에서 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한미 간 금리 역전 최대폭은 1.5%포인트이다.

다음 FOMC는 5월 2~3일로 예정돼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1일에 열리는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국내 물가 상황과 연준 결정, 중국 상황 등 살펴 의사 결정을 했는데, 이게 5차 방정식이었다면 최근 일주일 사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났다"며 SVB발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피봇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은 더 올리느냐, 서느냐의 상황"이라며 "올해 말까지 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2%(물가 안정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