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3.20 15:51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주류매장.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주류매장.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장 1위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자 입찰에서 탈락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의 빈자리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꿰차게 된다.

◆롯데의 보수적 움직임…과거 ‘쓴맛’에 손사래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자 입찰에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사업권 DF 1~5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 1~2와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취급하는 DF 3~4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부티크만 취급하는 DF5에 신라·신세계를 비롯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선정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라·신세계가 코로나 엔데믹 효과로 항공 여객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에 입찰가를 높게 써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는 1그룹(DF1~DF2)에서, 신세계는 2그룹(DF3~DF5)에서 각각 최고 입찰가를 써냈다. 양사는 향후 10년(기본 5년+옵션 5년) 동안 최소 2개 사업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1그룹 사업자 중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입찰 탈락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22년 만에 철수한다.

앞서 롯데는 2015년 입찰 당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며 사업권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 부담에 직면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에는 일부 매장을 철수했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운영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온라인면세점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면세점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롯데의 보수적 움직임을 부추겼다는 관측이다. 롯데의 온라인 면세점 매출 비중은 2013년 8%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24%, 2020년 45%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면세업체 매출 규모는 롯데 3조7200억원, 신라 3조3400억원, 신세계 2조7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된다. 1~2위 매출 차이가 크지 않고 면세점 특성상 신규 사업장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롯데의 업계 1위 수성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약 10% 수준이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전경. (사진제공=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전경. (사진제공=신라면세점)

◆中 진출 무산…신라·신세계 경쟁에 현대 ‘어부지리’

이번 입찰에는 글로벌 면세시장 1위 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해 업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중국계가 국내 면세점에 진출하게 된다면 시장 주요 고객인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 등 중국 고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다만 업계 우려와 달리 CDFG는 입찰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국내 면세 시장 진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라와 신세계의 경쟁 덕분에 현대는 반사이익을 보게 된 점도 관전 포인트다. DF5에만 도전한 현대는 가격 제시에서 3등에 그쳤지만, 신라·신세계가 DF 1~4 확보 경쟁에 골몰한 사이 DF5 사업권을 큰 출혈 없이 손에 쥐게 됐다.

관세청은 이번 입찰 심사를 담배·주류(DF1~2)부터 패션·액세서리(DF3~4), 명품(DF5) 사업권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낙찰자 선정은 동일 사업자가 독식할 수 없는 방식이다. 만약 DF1~2를 따낸 사업자가 DF3~4까지 획득한다면 DF5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더라도 사업권을 가져갈 수 없다. 변수가 없다면 신라·신세계가 DF1~2와 DF3~4 사업권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아 DF5는 자연스럽게 현대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심사 이후 각 사업권의 영업 시작일은 오는 7월부터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항공 여객 수는 455만5766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6월 1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지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해 10월에는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12월 400만명, 올해 1~2월 45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한중 노선 운항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해 향후 국제선 여객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주 62회 수준이었던 중국 운항 편수는 이달 말부터 200회 이상으로 대폭 증가한다.

항공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해 80%까지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추산한 2024년 항공 여객수는 40억명 수준으로, 2019년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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