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3.21 15:43

미국·유럽 CDS 급등…뱅크런보다 채권런 불안감 높아
자금시장 경색 시 국내 금융사도 조달 비용 증가 유탄

(사진=크레딧스위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크레딧스위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할 때는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크레딧스위스 사태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오히려 2009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미국 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1주일 전보다 평균 0.2% 포인트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도 커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CDS는 0.25%, 씨티은행은 0.2% 포인트 올랐다. 웰스파고는 0.19%, 골드만삭스는 0.17% 상승했다.

미국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 배경은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 때문으로 보인다.

두 은행 외에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등 일부 지역은행은 잠재적 부실이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돌고 있다.

불똥은 유럽으로도 튀었다. 유럽 은행 역시 같은 기간 CDS 프리미엄이 평균 0.31% 상승하며 연쇄 도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크레딧스위스은행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고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사태 진정을 위해 UBS와 크레딧스위스의 합병을 승인했다. UBS는 322억 달러에 크레딧스위스를 인수하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최대 1000억 프랑의 유동성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최대 90억 프랑의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긴급 조치로 사태가 진정되는 듯 보였지만 또 다른 문제도 낳았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크레딧스위스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했기 때문이다.

AT1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때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채권투자자에 보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관례상 채권투자자는 주주들보다 우선돼 왔다. 이번에는 주주 가치를 일부 보전했음에도 채권 가치를 우선 소멸시키고 있어 채권투자자 사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상각된 AT1 규모는 지난 2017년 스페인 포플라 은행의 AT1 상각 규모 대비 10배 이상이다. 헤지펀드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크레딧스위스의 AT1을 대량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시장 불안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0일 아시아 은행의 AT1 가격은 급락했으며 AT1 보유 물량이 많은 일부 은행주는 폭락했다.

이영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AT1 상각 사태는 고요했던 AT1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당연히 유럽 AT1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전세계 AT1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AT1 규모는 약 2750억 달러로 전해졌다. 불안감이 지속될수록 AT1의 대량 투매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금융지주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국내 금융지주는 매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KB·신한·우리·하나·농협금융지주는 2021년 3조7570억원, 2022년 4조877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1조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금융지주의 신용도는 미국, 유럽에 비해 안정적이지만 자금시장 경색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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