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3.23 10:16

비이재명계 "절차 위반·정당성 훼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검찰이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했지만 민주당이 이 대표의 당직을 유지시키는 결정을 하면서 민주당이 내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민주당 당헌 80조를 집행하는 과정의 절차적 문제 뿐만 아니라 당무위 결정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 기소를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판단한 최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정했다. 당무위 결정은 검찰이 같은 날 오전 11시께 이 대표 기소 사실을 밝힌 이후 불과 7시간 만에 이뤄졌다. 당헌 80조 1항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당직이 정지돼야 하지만, 80조 3항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서 이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문제는 사실상 당헌 80조 1항을 건너뛰고 3항부터 적용했다는 점이다. 1항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즉시 이 대표의 당직을 정지해야 한다.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사무총장이 1항을 집행하기 전에 당무위 소집을 결정했고, 당직 정지의 예외 규정인 3항을 적용하는 당무위의 의결을 이끌어 냈다. 3항은 '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의 보좌진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도 무시했다"며 "사무총장이 일단 이 대표의 당무를 정지하고 나서 그 다음 순서로 당무위로 이 사안을 넘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무위 의결 자체도 문제였다"며 "통상은 당무위 개최 하루 전에 '소집 공지'가 나오는데 이번 당무위는 소집 공지가 전달되고 나서 1시간여 만에 당무위를 개최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당헌 당규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집행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회의에는 전체 당무위원의 절반도 참석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무위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참석이 어려운 당무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최고위 해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는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정치 탄압에 대비해 이미 예정됐던 절차와 결정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이 명백하고 이런 의도에 대해 당이 단결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모두가 예상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은 이미 신속하게 당무위를 열어서 의결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에둘러 말했다.

한편 시사유튜버 백광현씨를 비롯한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라 이 대표 직무를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백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인 '백브리핑'에서 "당헌 80조의 취지는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데, 이 대표가 당헌 예외 조항으로 기소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권리당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당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당무위원회 날치기 통과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은 대략 1000명 정도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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