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6.07.20 17:23

"법 판결 후 어거지 자제해야", "환산보증금 기준 현실화 시켜야"

<사진=맘상모 페이스북 캡쳐>

최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힙합 듀오 리쌍 소유 건물에서 벌어진 세입자 강제철거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리쌍 소유라는 이유로 화제가 됐던 건물에서 벌어진 세입자 강제철거. 처음에는 ‘있는자의 횡포’ 정도로 여겨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였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며, 법원의 판결문이 있어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리쌍이 나쁜 건물주로 몰리고 있다는 동정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리쌍 소유 건물에서 벌어진 세입자 강제철거 사건은 그동안 우리 사회 ‘갑‧을 논쟁’의 주요 이슈였던 ‘갑의 횡포’가 아닌 ‘을의 어거지’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리쌍 소유 건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지난 18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곱창집 ‘우장창창’에 대한 2차 강제 철거가 집행됐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 강제집행이었다.

건물주 리쌍과 우장창창을 운영하던 임차인 서윤수 대표간 분쟁으로 송사까지 이어졌던 이 사건은 법원이 지난 5월30일까지 임차인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임차인은 2심까지 이어졌던 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았고 퇴거명령 일자가 두달여 지나자 건물주 리쌍측은 지난 7일과 18일 두차례 걸쳐 강제 철거를 집행한 것이다. 

우장창창의 서 대표는 리쌍측과 분쟁이 발생하면서 주변 상인들과 함께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을 결성하기도 했다. 맘상모는 현재 서 대표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맘상모 측은 강제철거가 마무리된 후 “우장창창이 싸움을 포기한다면 모든 임차인들이 다 쫓겨날 수 밖에 없다”며 “반드시 진실을 알리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

서 대표는 2010년 11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 1층에 2년 임대차 계약을 하고 곱창집 ‘우장창창’을 개업했다. 서씨는 가게 개업 비용으로 권리금 2억7000만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8000만원을 투자한다. 이 때 건물주는 리쌍이 아니었다.

2012년 건물주가 리쌍으로 변경됐고, 리쌍은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1억원을 보상금으로 줄테니 서 대표에게 가게를 비워달라고 통보한다.

리쌍은 서 대표에게 권리금을 되찾지 못하고 가게를 비우게 된 점을 고려해 보상금 1억원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서 대표는 거듭 리쌍에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협상을 진행한 끝에 2013년 8월 건물의 지하 주차장 자리로 이사하기로 하고 양측은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 서 대표의 우장장창이 떠난 1층 자리에는 리쌍이 운영하는 '리쌍포차'가 들어섰다.

합의에 따라 리쌍 측은 서 대표에게 보상금을 1억8000만원으로 올려줬고 우장창창이 건물 지하로 자리를 옮겨 새 임대차 계약을 시작하는 대신 주차장 일부를 사용하도록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에 '1층 주차장 영업 중 생기는 모든 법적책임은 임차인(서 대표)이 진다'고 썼다. 반면 '세입자(서 대표)가 1층 주차장을 영업에 맞게 용도 변경을 하고자 할 때는, 용도변경 절차에 대해 임대인(리쌍)은 협력하고, 용도 변경 과정의 모든 제반 비용은 임차인(서 대표)이 부담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2차 분쟁

양측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러 2013년 9월 서씨는 지하와 주차장에서 영업을 재개했지만, 주차장 이용을 두고 민원이 들어온다. 강남구청은 건물주인 리쌍에게 주차장에 천막 등 불법 건축물이 설치돼 있으니 이를 철거하라고 요구한다.

이에 서씨는 리쌍에게 합의문대로 주차장의 용도 변경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다. 11월 강남구청의 철거요구가 재차 들어오자 리쌍은 12월 서씨에게 천막 철거를 요구한다. 결국 이듬해 1월 서씨는 리쌍을 상대로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

리쌍 역시 천막 등을 철거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건물의 용도나 구조를 변경한 것이고 이는 임대차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계약 종료(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기각했으나 서씨에게는 퇴거 명령을 내렸다. “서씨가 임대계약 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건물주에게 계약 갱신 요구를 하지 않아 계약이 종료됐다”는 건물주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씨는 “계약만료 한 달 전까지 양측이 서로 갱신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어서 자연히 갱신된 줄 알았다”고 했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서씨가 건물을 비우지 않자 리쌍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법원은 서씨에게 두차례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 5월30일 계고 기간이 끝났다. 이에 지난 7일과 18일 1,2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된 것이다.

우장창창, 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못받아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 중단을 통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 단 법으로 정해진 환산보증금 범위내에 있을 때만 자동연장이 가능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 100개월치’ 가 2014년 이전까지는 3억이내일 경우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보호범위가 4억원으로 늘어났다)

서 대표는 2010년 건물주와 계약할 당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계약했다. 이 경우 ‘3000만원+3억원=3억3000만원’이 된다. 환산보증금이 3억원이 넘어 임대차 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임대인의 계약 중단 통지가 없어도 자동 계약 연장되는 대상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서씨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넘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대로 다 했는데 뭐가 문제냐?

네티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리쌍이 법대로 다 했는데 뭘 더 해야 하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쌍은 법적 책임 이상도 감수했다.

이번 문제를 보는 네티즌들은 ‘갑질’이라는 용어를 흉내낸 ‘을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법적으로보면 건물주 리쌍 측이 강제철거를 시행한 것만으로 매도당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 것이냐'라는 선악프레임을 덮어씌워 마녀사냥을 하는 행태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분쟁 자체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에 이루어졌고 실효성 없는 기준으로 인해 문제가 더 커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제도의 불비에 관하여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장창창’이 법의 심판에서 패소해 퇴거 명령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산보증금 기준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상가 임대차 계약건의 경우 서울의 주요 시가지 환산보증금 기준치가 예전보다 1억올라 4억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서울시의 조사결과 서울 상위 상권의 환산보증금은 평균 7억9738만원이었다. 환산보증금이 4억미만인 상가만 임대차 보호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봤을 때 서울시내 상당수 상가들은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안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리쌍 건물 강제퇴거 문제를 냉정하게보면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의 문제”라며 “보다 현실적으로 환산보증금 기준치 인상 등 법 개정이 뒤따라야 제2의 세입자 우장창창과 건물주 리쌍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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