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3.26 08:00

야당 " 비례대표 최소 10석 늘려 소수정당 배려해야…비례성·대표성 강화 도움"
이민구 "선거 때마다 선거법 개정하는 게 올바른 정치냐…늘 거대양당 주도 결정"

이민구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 (사진제공=이민구 대표)
이민구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 (사진제공=이민구 대표)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한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회는 27일부터 2주간 난상 토론을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복잡하게만 보이는 선거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가 바람직할지를 짚어봤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세 명의 정치 전문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프랑스에서 장기간 생활했으며 소르본느 정치학과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와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유권자의 투표와 그 결과 사이의 비례성과 대표성은 시몬 스트런스키가 제기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그럼 정개위가 제시한 결의안이 그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세기 초 '뉴욕타임즈'의 편집자였던 시몬 스트런스키(Simeon Strunsky)는 일찌기 "민주주의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기보다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부원장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곳은 오직 국민의 삶의 현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실시되고,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치 기제가 작동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대다수 시민의 가슴에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민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효능감은 바닥이며, 선거 민주주의가 내 삶에 별 관련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이란 국민들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게 각 정당이 득표율만큼 의석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고, 대표성이라는 얘기는 여성, 청년, 노동, 농민 등의 각계의 요구가 국회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박 부원장은 "'비례성'과 '대표성'이 강화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인구비례 원칙에 따라 3~5인을 선출하는 도시형 중대선거구와 1인을 선출하는 농산어촌형 선거구 그리고  권역별 인구수(또는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해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배분하도록 했다"며 "산술적으로는 비례성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출신 의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점점 더 소멸돼 가는 농산어촌을 보호하고 대표할 수 있는 의원들이 줄어들면서 질적 비례성과 대표성을 담보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한 대선거구에서 하나의 정당과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 중 1인에 투표해 득표순으로 4~7인을 선출하고 전국단위 선거로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이라며 "소선거구제, 지역별 대표를 뽑는 방식에 익숙한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하여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 현재의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비례성과 대표성의 지역주의를 더 강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과 같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의원은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인구수(또는 지역구의석수)에 비례해 의원정수를 배분한다. 권역별 의원정수는 인구범위 2:1의 범위 안에서 수도권 외의 인구에 가중치를 부여해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방안이며, 기존 의원들도 자신들의 지역구를 어느정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므로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존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례대표를 얼마나 더 확대하느냐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아직 정당정치가 미숙하고, 지역주의와 관념적인 이분법적 이념에 갇혀 있는 여의도 정치에서 제도 개혁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제도 개혁과 더불어 정치 인식을 개선하고 보다 성숙한 정치를 위한 철학적 고민이 함께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원외 소수정당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의 이민구 대표는 이날 소수정당의 정치적 불리함에 대해 토로했다. 이 대표는 "선거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늘 이익당사자들인 거대양당 주도하에 논의되고 결정되며 결국 양당이 자당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바로 그런 상태가 된다는 것이 불만"이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원외정당들은 논의과정에서 늘 소외되고 여야 거대정당들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서도 반영하지 않는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선거법 개정이냐는 질문에 여야 거대 정당은 정직하고 올바르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선거 때마다 선거법 개정을 하는 정치가 올바른 정치냐"며 "다음번 선거 때는 개정이 없다고 보장할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놀이를 지켜보기 안쓰럽다"고 피력했다.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민주당 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의 보좌진은 좀더 구체적인 선거제도 개편의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권의 기류상 소선거구제로 가는 게 기정사실이라고 본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 비례대표 47석을 최소한 10석이라도 늘리고 지역구를 10석을 줄여서라도 비례성과 대표성의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는 모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는 원래 지역대표로는 채워지지 않는 직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물음엔 "비례대표가 반드시 직능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비례정당용 위성정당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도를 실질화하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좀더 소수정당을 위한 배려를 하려면 비례의석을 늘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돼서 소수정당들의 의석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가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비례성과 대표성은 일정 부분이라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비례성의 강화라는 것은 실제로 국민들의 표심이 그대로 획득 의석수로 반영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대표성이라는 얘기는 여성, 청년, 노동, 농민 등의 각 분야의 목소리를 일정 지분만큼 반영시키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선거구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지역대표의석수와 비례대표의석수는 각각 253석과 47석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봉쇄조항(threshold)을 전국득표율 3%와 지역구 의석수 5석으로 동일하게 적용했다. 쉽게 말해 비례대표 의석을 받기 위해선 전국에서 3%이상의 표를 획득하거나 지역구 의석수를 5석이상 차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적인 차이는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47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수를 산출한 후 그 의석수의 50%만을 각 정당의 의석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A정당이 정당투표로 10%의 득표를 얻었다면 300석의 10%인 30석 중 50%인 15석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이때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의 의석을 획득하였다면 5석을 A정당이 작성한 비례명부순위에 의해 채워진다.

다만, 30석 연동형 캡을 적용시켰다. 30석 연동형 캡이란 비례의석 47석 중에서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배분방식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비례의석배분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30석의 연동형 캡을 적용한 이유는 47석 전체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석 배분할 때 정당득표율에 의해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의석수가 많은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의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니면 국회의원이 되기 아주 힘든 상태이므로 소수정당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플랫폼 정당의 형태로 일단 의석을 확보하고 이후에 흩어지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며 "캡을 씌워서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만들면 소수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나고 거대정당의 의석수는 줄어들 것이다. 민심이 왜곡되지 않는 형태로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소수정당이 난립하면 국회에서 입법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상태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것이 우리 국민의 선택이라면 그렇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우리 국민들은 현명해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는 소수정당에게 그런 정도의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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