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3.31 09:55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오른쪽)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특파원. (사진=에반 게르시코비치 트위터 캡처)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오른쪽)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특파원. (사진=에반 게르시코비치 트위터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냉전 이후 첫 사례다. 미국은 이를 규탄하면서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에게 러시아 출국을 촉구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스크바 지국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32)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구금했다고 밝혔다.

FSB에 따르면 게르시코비치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모스크바로 이송돼 FSB의 미결수 구금시설인 레포르토보 교소도에 수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7년부터 러시아를 취재한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WSJ 합류 전 AFP통신의 모스크바 지국에서 활동했으며, 이전에는 영어 뉴스 웹사이트인 '더 모스크바 타임스'의 기자였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구금을 규탄하면서 자국민에게 러시아 출국을 촉구했다.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 시민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언론인과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 역시 규탄한다"며 "미국인들은 러시아 여행을 자제하라는 정부 경고를 준수해야 하며, 러시아에 머물거나 여행중인 미국인은 즉시 출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의 미국 언론인 구금에 깊이 우려한다"며 "안전을 위해 러시아에 머물거나 러시아를 여행 중인 미국인은 즉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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