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3.31 11:06
전우원씨 (사진=전우원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1일 "저의 할아버지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정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족과 피해자와 만난 자리에서 "저희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며 "이렇게 늦게 찾아뵙게 돼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씨는 "저 또한 너무 추악한 죄인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 숨어 항상 제 죄를 숨기고 그들이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저에게 피해가 갈까봐 두려워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다"며 "광주시민 여러분께서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저를 사람으로 봐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 고 문재학씨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와, 총상 부상자 조시형씨 등이 배석했다. 5월단체 회원 30여명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김길자 여사는 "큰 용기를 내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광주를 처음으로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사죄) 결심을 한 데 대해 감사하며, 여기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뉴욕에서 귀국한 전씨는 인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38시간 만에 석방됐다. 석방 직후 광주를 찾은 전씨는 하루 동안 호텔과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5·18 단체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젼씨는 5·18 유족과 만난 이후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동해 참배할 예정이다. 전씨 일가가 5·18 피해자와 광주에 사죄하고 묘역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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