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04.02 14:30
울산급 배치(Batch)-Ⅲ.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울산급 배치(Batch)-Ⅲ. (사진제공=방위사업청)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올 상반기 중 발주 예정인 해군의 최신형 호위함 개발사업인 '울산급 배치3(BATCH-Ⅲ)'를 두고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해군이 추진하는 3500톤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해 노후한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는 것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맞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올해 상반기 중 울산급 배치3 사업의 마지막 2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리는 최신형 호위함은 길이 130m에 최대 30노트(시속 55㎞) 속력을 낼 수 있다. 특히 대공방어 능력과 대잠수함 탐지 능력 등을 갖춰 우리 해군의 방위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총 6척을 발주하는 울산급 배치3 사업은 그간 4척의 발주가 이뤄졌다. 1번함은 현대중공업이 2020년 수주했다. 이어 지난해 발주한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사업을 따냈다. 이제 나머지 두 척의 향방이 남은 셈이다.

방사청은 이번 2척의 발주에 대해 가격보다는 기술 점수를 높이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번함의 경우 4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달리 2~4번함은 척당 3000억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기능보다는 가격에 치우쳐 입찰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1번함을 수주했던 현대중공업이 5~6번함의 수주에 한발 앞섰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면서 양사 경쟁으로 압축되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으로의 인수를 앞둔 만큼, 단순한 수주전을 넘어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 간의 경쟁 구도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어 이번 수주전의 의미는 각별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야드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야드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그러나 이런 경쟁 구도가 성립되면서, 업계에서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이 대표적이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기업결합과 관련해 올해 2월 튀르키예, 영국이 승인했으며, 3월에는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심사 통과를 발표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무산시켰던 EU는 오는 18일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예상 밖 복병은 우리나라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기업결합 결정을 오는 6월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주식 취득 건에 대해 이해관계자 및 관계 기관 의견 청취 등을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이나 처리 시기 등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경이다. 통상 120일 가량 걸리는 기업결합 심사가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기업결합 결정이 늦춰질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배치3 수주전에서 불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경쟁사의 민원'이 있었다는 등, 갖가지 해석과 추측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반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에 받았던 페널티가 이번 수주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9월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직원 9명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 중 8명이 유죄로 확정됐다. 이들은 군사3급 비밀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를 위한 1차 설계 검토 자료(DSME 수행)를 비롯, 장보고3 배치2 등의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과 KSS-1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기본 전략 등의 군사기밀 자료를 수집해 회사 내부망에 수차례 올려 관련 직원들이 군사기밀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누설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받게 돼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찰에서는 1점이 안 되는 점수만으로도 수주의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 경쟁당국이 신속하게 기업결합을 승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일정을 늦추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공정위의 기업결합 결과 발표 시점이 이번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건이 된 만큼, 이런 논란을 사전에 불식시켜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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