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4.03 17:25

'바이오디젤 강자' 리터당 수거단가 50원 내려…50여개 정제공장 수백여명 실직 위기

시민단체인 행·의정 감시네트워크의 김선홍(마이크 잡은 인물) 중앙회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경기도 시흥의 단석산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석산업의 중소상공인 고유업종 침탈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시민단체인 행·의정 감시네트워크의 김선홍(마이크 잡은 인물) 중앙회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경기도 시흥의 단석산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석산업의 중소상공인 고유업종 침탈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대기업의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대한 침탈이 사회문제화된 지 오래됐다. 이제는 중견기업이 기존 소상공인 시장에 침투해 본격적인 시장 쟁탈에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디젤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온 단석산업 얘기다. 단석산업이 기존 소상공인들의 영역이었던 폐식용유 1차 정제공장(유수분리과정)을 없애고 직접 수거원으로부터 폐식용유를 직접 구매해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중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단석산업의 의도대로 될 경우, 기존 소상공인들로 형성된 전국 50여 개의 1차 정제공장은 물론 이곳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수백여명 근로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될 기로에 섰다.   

바이오디젤 사업은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이 에이전시(대행사)를 통해 폐식용유 수거작업에 나서려다 중도 포기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그 해 9월 초, CJ대한통운은 폐식용유 시장 진입에 나섰다가 CJ제일제당(주) 측의 중재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번에는 2018년부터 바이오디젤 사업에 참여해 온 업계 최강자인 단석산업이 그 뒤를 잇는 모양새다. 바이오디젤 정제를 넘어 현장 수거작업까지 점유하면서 약 50여개의 소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를 정도가 됐다. 

바이오디젤의 원료는 폐식용유다. 연간 약 21~22만톤 정도가 발생한다고 한다. 폐식용유수거업자가 이를 회수해 정제공장으로 넘기고 단석산업과 같은 바이오디젤 공장에서는 이를 다시 산도 조정과 2차 정제를 거쳐 완제품을 만들어 정유공장에 공급하게 된다. 

단석산업이 시장장악에 나선 이유는 바이오디젤 원료를 용이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1년 9월, LG화학은 단석산업과 손잡고 합작공장을 설립했는데 단석산업은 이때부터 더욱더 바이오디젤 원료를 손쉽게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기도 시흥시 단석산업 본사에서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과 단석산업 한승욱 대표이사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지난 2022년 1분기에는 본 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 생산공장 완공을 목표로 정했다. 

그 일환으로 단석산업은 올 1월 수거원을 포함한 1차 정제공장 등에 폐식용유 1리터(캔당 18리터)에 1000원에 수거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기존 리터당 1050원에서 50원을 삭감하면 캔당 90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폐식용유 1차 정제공장이 바이오디젤 공장에 넘기는 가격과 같다. 정제공장에서 1차 정제한 가공유는 바이오디젤 공장에 1050원에 넘겨진다. 중소상공인들의 입장에선 정제공장 이윤인 50원이 삭감된다면 공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

단석산업이 폐식용유에 대한 캔작업(폐식용유 수거후 1차작업)을 하려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단석산업이 폐식용유에 대한 캔작업(폐식용유 수거후 1차작업)을 하려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가운데, 단석산업이 폐식용유 1차 정제공장(유수분리과정)에 나서자 전국 50여 개의 1차 정제공장은 물론 이곳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근로자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게 된 것이다. 

한국녹색산업사업협동조합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단석산업이 수거원 포섭을 위해 보증금을 지원해 주거나 단석산업이 런칭한 그리웰 콩식용유를 저가에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집단급식소나 학교, 치킨집 등 폐식용유를 많이 배출하는 대상업체에 식용유 공급과 함께 폐식용유 수거까지 모두 일원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 표방을 통해 이미지 쇄신과 함께 탄소배출권 확보와 투자유치에 적격인 사업이다. 하지만, 소규모 정제공장들은 단석산업이 선투자로 시장을 잠식한 후 추후 이뤄질 독과점 상태의 시장형태를 몹시 우려하고 있다. 소규모 정제공장들의 고유업종으로 인식돼 왔던 업종에까지 거의 대기업에 가까운 대규모 기업이 갑자기 뛰어들면서 중소상공인들이 점차로 경쟁력을 늘릴 최소한의 여유기간도 주지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 같은 인식하에 정제공장을 포함한 녹색산업사업협동조합은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단석산업에 의한 고사 직전인 업계 상황을 알리는 한편, 시민단체와 함께 집단행동에 나섰다.

시민단체인 행·의정 감시네트워크의 김선홍 중앙회장은 3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이미 신청한 상태지만, 현실속에서 잘 안 지켜져서 4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에 빠른 지정을 촉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또 경기도 시흥의 단석산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에게 "단석산업과 같은 중견기업이 중소상공인들의 밥그릇까지 빼앗어서야 되겠느냐"며 "겉으로만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소상공인들의 고유업종을 빼앗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8일 단석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단석산업이 1차 폐식용유 유수분리업체에서 하던 캔작업을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대경오앤티 등 다른 기업들도 캔작업(폐식용유 수거후 1차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석산업이 런칭한 그리웰이라는 식용유를 수거원들에게 저가로 공급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캔작업'이란 소규모 치킨집 등이나 식당 등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원래 18리터짜리 용기에 다시 담아서 폐식용유 1차 정제공장으로 보내는 과정을 뜻하는 용어다. 이 과정에서 애초 용량보다 1리터 내지 1.5리터 정도 줄어든 16리터나 16.5리터가 담기게 되고, 그 가격은 중소상공인이 리터당 1050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서 중소상공인들의 이윤은 리터당 50원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김선홍 중앙회장은 "단석산업 관계자의 말은 결국 '왜, 우리만 갖고 그래'라는 셈이다"라며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침탈은 다른 기업도 하니까 괜찮다는 식은 교통위반을 한 어떤 운전자에게 스티커를 발부하려니까 '저 사람은 그냥 냅두고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항변과 다를 바 없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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