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4.03 18:40

"2분기까지 실적 바닥 치고 3분기 반등 시작 예상…연내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 어려워"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한파가 날로 매서워지면서 올해 1분기에 반도체의 '봄'은커녕 '혹한'이 닥쳤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1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양사 반도체 적자 규모를 더하면 총 8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64조2012억원, 영업이익 1조1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6%, 영업이익은 무려 92.92% 감소한 수치다. 올해 초만 해도 3조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됐지만, 날로 눈높이가 낮아지며 전년 동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1분기 68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란 증권사(다올투자증권) 예측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 부문이 1분기 4조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주요인은 반도체 부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우려했던 것보다 출하가 매우 부진하다. 그에 따른 가격 하락폭도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전대미문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재고가 29조원을 넘을 정도로 과도하다. 당분간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타격이 더 크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조9118억원, 영업손실 3조558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5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 예상이 들어맞으면 SK하이닉스는 전분기(1조7012억원 적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적자 규모는 2배 이상 커지게 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높은 수준의 재고를 줄이기 위한 메모리 업체의 공격적인 저가 출하 전략이 업황 부진을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최소 올해 2분기까지는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에 증권가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해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재고 수준이 올해 1분기 피크를 치고, 2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낮은 수요 가시성과 높은 재고 수준을 감안할 때 연내 의미 있는 실적 턴어라운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메모리 모듈 회사들이 1분기부터 재고를 축적하기 시작하는 등 시장의 불황이 1년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도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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