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4.05 15:07

북한 "NL계 후보 당선되는데 유리한 환경 조성하라"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캡처)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3월 28일 민주노총의 일부 전현직 간부들 4명이 구속됐다.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달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노총 조직국장 A 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내지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있다"며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죄의 중대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A씨 등은 2017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첩당국은 이들이 북측과 연락하며 100여 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문,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에는 '퇴진이 추모다' 등 시위 구호가 담긴 지령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5일 방첩당국이 신청한 구속영장에는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도 북한이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방첩당국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해외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공작원을 세 차례 만난 A씨는 민노총 위원장 선거 약 8개월 전인 지난 2020년 5월 7일, 선거 관련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A씨는 이후 9월 29일 위원장에 출마한 4명의 후보 동향과 성향을 정리해 북한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민족해방(NL계열) 모임인 '전국회의'에서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를 만장일치로 민노총 위원장 후보로 결정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내란음모 혐의로 징역 9년형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북한은 약 열흘 뒤 지령문을 보내 "보내준 선거 관련 동향 자료는 참고가 많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다시 한달 여가 지난 시점에선 "12월 선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자주 계열(NL) 후보가 당선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선거에서 NL계열인 양경수 위원장이 선출됐다. 방첩당국은 "북한이 민노총 선거에 관여한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L계는 1980년대 중반 성립된 운동권의 민족주의 성향의 정파이다.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파)로 흔히 알려졌는데, 이들은 자주·민주·통일을 지향한다지만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북한과의 연계하에 활동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스스로는 자민통 진영, 통일운동 진영으로 불리는 것을 선호하고, 이후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에서 자주계열, 자주파 등으로 불리우며 좌파로 불리던 PD계열과 경쟁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근본모순)를 미국에게 종속돼 있는 '민족모순'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외세를 배격하며 북한과 협력해 통일로 나아갈 것을 주장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종북 성향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흐름이 나타나거나 심지어는 북한의 대남공작과 연계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무렵까지는 '비(非) 주사파 NL계'도 소수지만 존재했으나 1980년대 후반 무렵부터는 '주사파 NL계'로 단일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