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4.06 14:20
(사진=위성 구글맵 캡처)
(사진=위성 구글맵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러시아와 일본이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이 '중립'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영토로 인정했던 입장이 약 60년만에 바뀐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갈수록 밀착하는 모습이다. 

6일 일본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중국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권에 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964년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인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을 일본 영토로 인정한 바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약 60년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 변화를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 간 신뢰·협력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발레리 키스타노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일본학 연구센터장은 "쿠릴열도에 대한 이번 중국 측 언급은 러시아가 모든 방향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외교 전략에서 러시아에 더욱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입장 변화에는 미국·한국 등과 공조를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그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 미국 측 요청에 따른 일본의 반도체 생산장비 중국 수출 금지 조치 등도 중국과 일본 간 관계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발표 후에도 지난 수십년간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중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한다. 러시아는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4개 섬이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까닭에 양국 간 영토 분쟁은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러시아는 쿠릴열도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밝히며 실효적 지배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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