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4.09 07:00

연준 불확실성 줄고 국내 물가 하락…동결 '명분' 축적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월에 이어 3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쳤고, 4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았던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금통위는 2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연속된 7번의 회의에서 무려 2.25%포인트가 올랐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동결된 것이다. 4월에도 동결되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9번의 회의에서 0.50%로 연달아 동결된 후 처음으로 연속된 회의에서 동결이 이뤄진다.

이 경우 시장은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추세가 '종료'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통위는 여전히 3.75% 가능성 열어둘 것으로 판단된다.

3월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로 제한됐으나,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연준이 다시 강하게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시장은 연준의 5월 추가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준의 인상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한은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 명분으로 언급했던 물가가 둔화세를 보임에 따라 동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시장 참여자 10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도 83명(83%)이 동결을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며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물가 둔화세가 가시화되며 4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특히 국내 물가가 안정세가 동결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소비자물가는 4.2% 올랐다. 이같은 상승률은 1년 전인 2021년 3월(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에 진입했다.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석 달만에 떨어지면서 두 달 만에 3%대에 재진입했다.

물가의 하락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대해 브리핑하며 "전반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는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며 "작년 상반기 크게 상승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그간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 흐름'을 꾸준히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도 "경기보다는 물가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여러차례 시장에 내보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를 포함해 연말까지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연내 2% 초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나, 이미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를 넘어선지 오래고 경기 우려는 꾸준히 존재하는 만큼 움직일 이유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낮아진 만큼 4월 금통위부터는 국내 경기에 보다 초점을 맞출 시기로 판단한다. 금통위도 예상보다 더 부진한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결을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약화되면서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도 낮아졌다. 경기 둔화 및 대외 금융 불안을 고려할 때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할 때 물가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한 만큼 만장일치보다는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OPEC+ 감산은 유가 급등 요인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에 대한 경계감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매파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금통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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