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4.09 08:30

박태순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 경고 드러난 재보궐선거…'민심의 바다'에 올라타야"
정성태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 경고등…민주당, 문 정권 5년 잘못 반성하고 변화할 때"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의 바로미터로 주목됐던 4·5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힘 분위기가 침통하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 본진 중의 한 곳인 울산에서 울산 남구의원에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이긴데다 울산광역시 교육감에는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신기원을 기록한 전주을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도 매우 저조했다. 한마디로 집권여당의 내년 총선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내년 총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전망해봤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의 획득 가능 의석수를 가늠해보고 내년 총선을 대비한 여야의 장점과 약점도 짚어봤다. 

세 명의 정치 전문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프랑스 소르본느 정치학과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와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은 "전국 5개 시·도, 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4·5 재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쪽지 시험이라 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원장은 "4·5 재보궐선거의 전체적인 성적을 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가 명확히 드러났음을 볼 수 있다"며 "가장 정치적 무게를 두게 되는 선거는 전북 전주시을 국회의원 선거와 울산광역시의 교육감선거 및 남구(나) 구의원 선거이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며, 울산은 국민의힘에 대해 전통적 지지가 강한 지역인 동시에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이다. 이번 선거에서 양쪽 지역에서 두 거대 정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는 않았지만 박지원 전 원장이 내려가서 지원할 정도로 내심 애정을 가졌던 임정엽 후보가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에게 패했다"며 "이로써 진보당이 8년 만에 원내 진출하는 길을 내줬다. 국민의힘 텃밭인 울산시의 교육감선거에선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으며, 울산 남구(나) 선거에선 민주당 최덕종 후보가 당선됐다. 양당 모두의 기득권과 기대를 과감하게 무너뜨린 민심의 바다를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궐선거는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며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노동시간 개편의 혼선, 대일외교에 대한 국민적 실망 등 반복되는 정책 실패 그리고 인사 문제·의전 문제 등으로 혼란스럽게 보이는 대통령실, 또한 당내 지도부로터 터져나오는 민심 이반 행위와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등 국민들이 느끼는 바가 그대로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부원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거의 존재감을 상실한 선거가 아니었나싶다"며 "무엇보다 텃밭인 전주에서의 실질적인 패배, 기초의원 2석 차지라는 초라한 성적표 속에 각종 소송과 검찰 리스크라는 트랩에 갇혀있는 민주당의 현주소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번 총선 예비 쪽지 시험(재보궐선거)에서 양당은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며 "자신의 오류를 먼저 수정하고 민심의 바다에 올라타는 것이 총선 승리를 위한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 총선이라는 수능 시험지를 준비하고 있음을 깊이 각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 (사진제공=정성태 전 수석대변인)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 (사진제공=정성태 전 수석대변인)

정성태 민생당 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대한 신랄한 비판부터 내놨다. 그는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전반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기간 내내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의 계속된 망언과 실언도 패배를 부채질했다. 아울러 30세 안에 자녀 셋 낳으면 군면제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논란'은 집권당의 평균 수준마저 의심하게 했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는 양당 후보가 1대 1 구도로 겨뤘는데도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했다. 투표율이 고작 33.8%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성향의 유권층이 양당 모두 마뜩치 않아 기권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또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참담한 성적표"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고작 8% 득표율에 그치며 5위로 밀려났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득표율에 비해 크게 낮다. 불과 1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정 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 또한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이 그것을 웅변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숱한 사법리스크에 대한 도덕적 반감이 높을 뿐만 아니라, 거대 공룡 야당으로서 다수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생입법 하나 없다는 점일 듯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집권세력은 국정기조의 전반적 점검을 통해 조속히 국민적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개신교 일각의 극우집단 발호는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을 더하게 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 또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무작정 발목잡기와 왜곡된 여론 선동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문재인 정권 5년의 잘못된 점을 처절히 반성하는 가운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숱한 혐의에 대해서도 자기 앞의 거울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뼈를 깎는 쇄신없이는 그 예후가 좋을리 만무하다"고 피력했다.  

민주당 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의 보좌진은 좀더 실질적인 얘기를 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이 어떤 모습으로 되는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며 "선거제 개혁이 현행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면,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쳐서 280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20석은 군소정당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장면에서 핵심은 여야 중의 어느 정당이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고 정책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의 게임인데,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양극단에 위치한 세력들의 존재가 부담"이라며 "한마디로 말해서 국민의힘은 전광훈 등의 극우세력이 문제고 민주당은 개딸(이재명 극렬 지지자들)이 문제가 된다. 이런 양극단의 존재들을 쳐내지 못하면 어느 당이건 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어느 당이건 간에 내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수의 과반을 넘기는 정당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양당이 모두 양극화돼있는 상황이라서 그럴 것이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비례정당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정의당이나 소수정당들은 물론이고 무소속 의석도 현재보다는 의석수가 더 늘어날 확률이 커보인다"고 피력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어쨌거나 이재명의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그게 당대표에서 물러나건 아니면 당대표에서 강제로 내려오게 하건 간에 이재명이 총선을 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가 총선을 주도하면 필패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이상 결국에는 영남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표 관련 재판이 지연될 경우, 이 대표가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을텐데 그 경우에는 어떻냐'는 질문엔 "다른 재판은 몰라도 적어도 선거법 재판은 몇달내로 신속히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런데 1심 재판 결과는 지금으로 전망해보면 무조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 확실시 되는데, 그렇게되면 이재명 본인은 더 버티고 싶어도 그때는 국민들이 그를 불신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그럼에도 이 대표가 계속 버틴 채 총선을 주도하려고 한다면,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뼈아픈 패배를 선물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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