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4.12 16:08

추경호 "세계경제 50년 중 최악…수출 플러스 전환 시간 걸릴 듯"

(사진=뉴스웍스 DB)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국내외 각 기관이 제시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 수준도 1% 후반대에서 1% 중반대로 옮겨지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 50년 중 가장 안 좋다"고 평가했다.

일단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전날(11일) 우리나라의 2023년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1월 전망 당시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앞서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2023년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은은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을 하향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정부 전망치는 1.6% 수준이다. 통상 6월 중 나오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전망치 하향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성장률과 관련해 "앞으로 여러 지표를 살펴 전망치를 조정할지를 두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이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것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등에 따른 은행발 불안이 실물시장으로 일부 파급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1월보다 0.1%포인트 낮춘 2.8%로 제시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국내 성장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성장률에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하는 수출은 당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T 경기 하강에 따른 반도체 수출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대중 수출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도 "수출은 서서히 나아지겠지만 플러스로 가는 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구조의 변화와 국내외 높은 재고 부담을 고려하면 수출 경기 극적인 반등은 어렵다"며 "최근 미국 은행권 이슈가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하반기 수출 회복 강도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제공=관세청)
(자료제공=관세청)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165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2.3%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써 내려갔던 만큼, 기대처럼 하반기 회복 흐름을 타고 소폭의 감소에 그친다면 수출 자체는 '선방'한 것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로 우리나라의 월간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째 발생 중이다. 적자폭은 축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규모 자체가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펙+의 감산 등으로 국제유가 변수도 여전하다.

특히 올해 4월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59억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적자폭(-478억달러)의 절반(54.2%)을 넘었다. 참고로 지난해 전 역대 최대 무역적자 규모는 1996년의 206억달러다. 지난해를 제외할 경우 1분기 만에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1월(-42억1000만달러), 2월(-5억2000만달러) 연속 적자를 보였다. 올해의 경우 대규모 상품수지 흑자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전체 경상수지 악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의 만성적인 적자가 지속되는 동시에 흑자 측면에서 상품수지에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상품 수출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이달 25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내놓는다. 지난해 4분기(-0.4%)에는 10분기 만에 역성장했으나, 1분기는 소폭이나마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를 보면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 인상의 영향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 성장률은 소폭의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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