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4.23 07:30

박태순 "프랑스 마크롱과 같은 스타성·신선함·정치 혁신 실천 뒤따라야"
김성훈 "신당 파괴력 갖추려면 '고관여 중도·뜨거운 중도층' 가치 파악 중요"
야당 "제3의 길 명확한 설명 필요…거대양당 분화 제3, 4당 나온다면 성공"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지난해 7월 13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지난해 7월 13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치권에서 '제3지대 신당론'이 주목을 끌고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던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을 비롯해 민주당내에서 소신 발언을 하다가 결국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토론회에서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하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이사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태섭 전 의원이 거론한 '수도권 중심 30석 신당' 발언에 대해 "좋은 후보자들이 나오면 그 정도도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은 맹아(萌芽)에 불과하지만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는 현실에서 가시화된다면 정치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로 똑같았다. 제3정당이 결성될 수 있을지, 제3정당이 실제 출범한다면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지, 제3정당이 성공하려면 현실적으로 필요한 구체적 요건을 짚어봤다. 

이와 관련해 네 명의 정치 전문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집권 정당과 의회 다수당 모두에게 책임 있어"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통화에서 "제3지대 신당은 당연히 결성될 수 있다"며 "예측하기가 진짜 어렵지만 제3정당이 어떻게 이 프레임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파괴력은 상당히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 과거에 안철수가 우리나라에서 제3정당을 할 수 있는 자산을 유일하게 가졌던 사람"이라면서도 "자산은 있었는데 전략이 없어서 안철수가 실패했던 것이다. 안철수에게는 2012년이 기회였는데 그때 안철수가 창당의 기치를 들고 제3지대에서의 새로운 모색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제3지대 정당이 창당된다면 원내 교섭단체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에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현재의 자기들의 상태에 대한 수습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스스로의 생산성을 만들어가지를 못하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민심은 이제 지칠대로 지치고 포기할대로 포기한 지경"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제3지대 세력이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까 여기에다 한번 기대를 걸어볼까 하는 흐름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는 경제 문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예전 같으면 경제 위기를 정부 여당 책임으로 돌리겠지만 이번에는 국회 다수당이 민주당인 상태에서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당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집권 정당과 의회 다수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바로 그래서 제3세력이 이번에는 원내교섭단체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3지대 정당이 실질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만한 어떤 모멘텀을 갖고 있겠느냐'는 질문엔 "그래서 기존의 정당과는 다른 프레임과 다른 레토릭(정치적 언급)과 다른 컨셉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 점에 있어서 약간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김종인은 조금 진부한 측면이 있어 보이고 금태섭은 그릇이 그다지 크지 못해 보이는 점이 있기는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누가 기획을 하고 주도해서 된다기보다는 내년 총선에 따른 이합집산이 필수적인 동력이라고 본다면 양질의 우수 인력들이 이제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정치적 가치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면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밝혔다.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공=박태순 부원장)

◆제3 정당 출현 위한 좋은 환경…스타성·정치혁신·실천 뒤따라야"

프랑스 소르본느 정치학과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와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바 있는 박태순 혁신과미래연구원 부원장은 "김종인·금태섭,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새롭게 들릴 수도 있으나 이 얘기는 제3지대를 추구했던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문제의식이었다"며 "결국, 이 정도의 문제의식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잠재적 욕구를 깨우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좀 더 명확하고 실천적인 어젠더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제3정당의 출현이 여의도 정치에 어떤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 것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며 "다만 여론조사 결과 '지지 정당 없다'는 응답이 35%에 이르는 현재 상황은 제3의 중도정당이 출현하기 위한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이 무당층은 여의도 정치에 실망하고 피로감이 누적돼 의도적으로 정치를 외면하는 국민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어떻게 불러일으키느냐가 중대한 어젠더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마크롱과 같은 새로운 정치 주체의 '스타성', 정치 의제의 '신선함', 마크롱이 추진했던 국민운동으로서의 '정치 혁신'과 같은 조건들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제3정당이 성공하려면 바로 이러한 정치 현실을 전복 시킬 수 있는 힘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힘이라 하면 사람과 돈이다. 이러한 물적 기반이 확고하게 마련돼 자립성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자립성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치 리더의 매력과 감동한 국민들이 지지자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주는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개딸'(이재명 극렬지지자)도 싫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도 싫다고 하는 무당층에게 감동을 주고, 지지자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변호사. (사진제공=김성훈 변호사)
김성훈 변호사. (사진제공=김성훈 변호사)

◆"'고관여 중도·뜨거운 중도' 나타나…향후 결집·확대될 듯"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훈 변호사는 "정치실망에 기반한 중도무당층이 3분의 1에 달하는 현실에서 대안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며 "중도무당층을 흡수할 자리를 단순히 마련한다 해서 정당으로서의 동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지향점을 가진 세력이 역동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한 조직이라야 대안 세력으로서의 정당의 면모와 기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중도 무관심층 그 자체로는 이러한 동력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와 관련해 매우 흥미롭게 살펴볼 대상이 있다. 우리 정치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했던 특성의 사람들이다"라며 "통상 중도라 함은 정치 '무관심'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들은 중도이면서도 다르다. '고관여 중도' 또는 '뜨거운 중도' 층의 존재가 나타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은 '사람'보다 '가치'를 추구하고 팩트에 기반해 사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 '문파'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추구했던 가치를 기반으로 공감을 형성한 형태"라며 "그래서 개인 문재인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도 다양하다. 이들 세력을 아우를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 속칭 '문파'라고만 칭하고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태동 중인 제3지대 정당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이른바 금태섭, 이상민이 언급되는 당은 한계가 있다. 아직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어떤 세력을 어떻게 담겠다는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며 "막연히 중도의 빈공간을 들어가겠다는 정도의 방향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파괴력 있는 신당은 우리 역사상 이렇게 심도 있게 조명되지 못했던 뜨거운 중도층에 대한 고려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이들이 현재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지향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며 "이들은 사람이 아닌 가치에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대안정당이 이들을 품으려면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사람이 아닌 가치를 선명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이러한 가치추구의 주축은 자신의 삶에서, 정치행보에서 이를 실천했던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가치·노선인지 명확한 설명 필요"

민주당 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의 보좌진은 "제3당은 결성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들께 정치혐오감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 세력의 새로운 결집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제3지대 즉 금태섭·김종인이 주도하는 판에 세력화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제3지대 깃발을 들려면 인물 구성이 중요한데 금태섭·김종인은 전혀 신선하지가 않다. 그리고 중도를 표방하긴 하는데 명확한 비전이나 가치가 준비돼 있지 않다. 그래서 금태섭·김종인이 든 깃발은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제3정당은 단순 여야에 대한 혐오증만으론 가능하지 않다. 기나긴 군부독재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3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외형상으로 가파른 성장을 했지만 경제, 사회, 정치 양극화는 훨씬 더 심해졌다"며 "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또한 "정당이라면 명확한 가치노선을 표방해야하는데, '중도'라는 깃발로는 안 된다. 좌우, 진보보수라는 망령에 의해 대한민국이 양분돼 있지만 실제 가치투쟁, 노선투쟁을 하는 정당은 없다"며 "좌우, 진보보수가 아닌 제3의 길이 어떤 가치고 어떤 노선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제3의길이라는 비전, 가치와 노선에 걸맞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 그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 새로운 길에 적합한 지를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라며 "결론적으로 제3정당은 시도하겠지만 성공은 쉽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분화되고 민주당에서 분화돼 중도보수·중도진보를 표방하는 제 3, 4당이 나올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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