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5.02 09:39

기재부 "물가 둔화 흐름 빠르게 나타나…경계감 잃지 않고 면밀히 점검"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개인서비스 가격이 상승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및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3%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0월 3.2%로 3%를 넘은 뒤 11월(3.8%)과 12월(3.7%), 2022년 1월(3.6%),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3월(4.1%)과 4월(4.8%)에는 4%를 돌파했고 5월(5.4%)에는 5%를 넘어선 뒤 6월(6.0%)과 7월(6.3%)에는 6%대로 올라섰다. 7월을 정점으로 소비자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류 가격 안정세 영향으로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까지 둔화됐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5.2%)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공공요금 상승 영향으로 반등했다. 이후 2월(4.8%)에는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했고 3월(4.1%)을 지나 4월(3.7%)에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3%대 물가 상승률은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2분기에는 3%대로 낮아지고 연말에는 3% 수준을 나타내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관련 지표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17일 "2분기에는 3% 수준일 것 같다.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 둔화를 감내했는데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둔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의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도 일반인들의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4.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6월(4.0%) 이후 처음으로 4%대로 떨어졌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0.2%포인트 떨어졌다. 두 달째 하락했다.

4월 소비자물가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에 비해 3.4%, 서비스는 4.0%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의 경우 1.0% 올랐다. 축산물은 1.1% 하락했으나 농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1.1%, 6.1%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는 7.1% 올랐다. 예년 대비 다소 더뎠던 봄철 채소류 공급이 회복되면서 농산물 오름폭이 줄었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돼지고기(4.2%), 양파(51.7%), 고등어(13.5%), 닭고기(12.3%), 고춧가루(6.4%), 파(16.0%), 풋고추(14.4%) 등은 오르고 국산쇠고기(-6.7%), 쌀(-6.5%), 수입쇠고기(-6.6%), 포도(-11.1%), 달걀(-4.2%), 배(-21.7%), 배추(-10.3%) 등은 내렸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7.9%)이 올랐으나 석유류(-16.4%)가 내리면서 2.0% 상승하는데 그쳤다. 석유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하락세를 지속했다. 석유류는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을 중심으로 지난 2월부터 석 달째 하락 중이다.

전기·가스·수도의 경우 전기료(22.5%), 도시가스(32.5%), 지역난방비(30.9%) 등을 중심으로 23.7% 상승했다. 통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했던 2·3월(28.4%)에 비해서는 소폭 둔화됐다.

서비스의 경우 집세(0.8%)와 공공서비스(1.0%), 개인서비스(6.1%)가 모두 올라 1년 전보다 4.0%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0.9%), 월세(0.7%)가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유치원납입금(-6.2%), 국제항공료(-4.9%) 등이 내렸으나 외래진료비(1.8%), 택시비(6.9%)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6%)과 외식외(5.0%)가 전부 상승했다. 그간 누적된 원가 부담 및 여행 수요 회복으로 외식 및 외식외 서비스가 모두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보험서비스료(17.6%), 공동주택관리비(5.3%), 구내식당식사비(7.9%), 햄버거(17.1%) 등은 오르고 자동차보험료(-2.0%), 이러닝이용료(-11.7%), 승용차임차료(-1.2%), 국내단체여행비(-0.8%) 등은 내렸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2.55로 1년 전에 비해 3.7%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9.82로 4.6% 상승했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았다. 또 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8.26으로 4.0%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며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OECD에서 3%대 이하의 물가를 기록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스페인(3.1%), 일본(3.2%), 룩셈부르크(2.9%), 스위스(2.7%) 등에 불과하다.

이어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잃지 않고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겠다"며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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