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5.03 16:00
소설 '퓌그 아메리켄' 표지. (사진=아마존닷컴 캡처)
소설 '퓌그 아메리켄' 표지. (사진=아마존닷컴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강행으로 잔뜩 성난 프랑스 여론이 경제 장관의 노골적인 '음란 소설'에 또 한 번 분노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신간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e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

소설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공연을 보기 위해 쿠바로 여행을 떠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 중간에 성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은 즉각 프랑스 사회에서 풍자와 조롱, 비난거리가 됐다. 프랑스앵포 방송은 해당 대목이 독자들에게 ’조롱과 경악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판 허핑턴 포스트는 르메르의 선정적 묘사에 독자들이 기습적으로 당했다고 꼬집었다.

문제의 선정적 장면은 지난 1일 노동절에 맞춰 열린 연금개혁 규탄 시위에서도 항의 팻말의 주요 소재로 쓰였다.

가디언은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르메르의 신간이 출간되면서 새로운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르메르의 책이 출간되고 몇 시간 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좌파 진영은 "경제 장관이 책을 쓰느라 나라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프랑수아 루팽 의원은 가디언에 "프랑스 국민이 물가 상승률로 큰 걱정을 하는 마당에 그가 에로틱한 장면을 쓰기 위해 1분, 1시간, 1주일을 헌신했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르메르 장관은 트위터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탈출구를 갖고 있다"며 "나에겐 글쓰기가 내면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르메르 장관의 책을 읽진 않았지만 장관들도 수트 뒤에 가려진 감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그의 집필 권리를 옹호했다.

르메르 장관은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장관을 맡아왔다. 그사이 5권의 책을 집필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사회연대경제 담당 장관이 미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표지 모델로 나오면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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