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5.09 14:56

10일 한은 잠정치 발표…"당분간 소폭 '적자 또는 균형' 수준 내외 움직임 예상"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3월 경상수지 잠정치를 10일 발표한다. 1월과 2월 연속 적자가 발생 중인 경상수지가 3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3~5월로 12년 전이다.

3월 흑자 전환에도 실패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는 4개월 연속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4월은 국내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로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난해 4월에도 소폭이지만 8000만달러 적자가 발생하면서 23개월간 이어졌던 흑자 행진이 끊긴 바 있다.

가장 최근에 4개월 이상 적자를 보였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4~8월이었다. 2008년에는 3월을 제외한 1~8월간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및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이 항목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격을 지닌 거래들로 이뤄져 있어 경제발전 및 정책 변화의 효과를 측정하거나 전망하는 데 널리 이용된다. 종합적인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을 진단하기 좋은 지표인 만큼 경상수지에서 적자가 지속 발생하는 것은 좋지 못한 징조로 읽힌다.

연초 지표는 우려스럽다. 1~2월 중 경상수지 적자규모(47억3000만달러)가 50억달러에 육박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나라가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에 판 것보다 사들인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통관 기준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발생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상품수지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무역수지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경을 통과하는 제품을 수출로 집계하지만 상품수지는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제3국에 판매한 중계무역도 포함한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생산거점을 다수 가지고 있는 만큼 상품수지가 무역수지보다는 다소 개선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나 무역수지가 적자가 크게 발생하면 상품수지에서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실제 역대 최악인 125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였던 올해 1월의 경우 상품수지도 73억2000만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1월 경상수지는 42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무역수지가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해외 출국자 수 증가로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도 확대됨에 따라 1월 경상수지는 1980년 통계 이래 적자폭이 가장 컸다.

무역수지는 2월에도 53억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1월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되면서 상품수지 적자규모도 13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에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1월보다 36억9000만달러 축소됐다.

3월 무역수지는 46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2월에 비해 줄긴 했으나 7억달러 감소하는데 그친 만큼 3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흑자로 돌아선다해도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향후 경상수지와 관련해 "당분간 소폭 적자 또는 균형 수준 내외에서 움직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최근 경상수지 하락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올해는 세계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GDP 대비 1.0%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가 2022년(GDP 대비 1.8%, 298억달러)보다 축소된 약 160억달러(GDP 대비 1.0%)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100억달러 적자를 보인 뒤 하반기 260억달러 흑자를 내 연간 1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1~2월 경상수지 적자폭이 47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3~6월 중 53억달러 정도의 적자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특히 4월 대폭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본원소득수지는 투자소득배당지급이 매년 4월에 집중되는 계절성을 반영하는데 2020년 이후로는 4월 적자폭이 30억달러 내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4월 경상수지가 기존 적자 최대값인 42억달러보다 상당폭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물량이 향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경상수지 악화가 지속되면서 거시경제 취약성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을 촉진하는 동시에 수입 수요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원활하게 조정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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