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5.10 22:42

김재원, 내년 총선 출마 좌절 vs 태영호, 재기 가능성 대두

김재원(왼쪽) 최고위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재원·태영호 SNS 캡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재원·태영호 SNS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게 된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의원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재원 최고위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가 내려진 반면, 태영호 의원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윤리위가 이날 4차 회의를 열고 김 최고위원과 태 의원이 제출한 소명 자료, 최근 보여준 정치적 책임감, 당내 여론 등을 놓고 4시간가량 논의한 결과다. 징계 수위가 이같이 갈리게 된 것은 징계절차 개시 후에 두 사람이 보여준 정치적 책임감의 차이에 따른 차이라는 분석이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최고위원은 국민이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며 당을 평가하기 마련"이라며 김 최고위원과 태 의원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태 의원이 김 최고위원보다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은 이유는 태 의원이 반성의 모습을 보이며 이날 최고위원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으로 읽혀진다. 태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을 윤리위에서 높이 평가한 셈이다. 황 위원장이 브리핑 후 '태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가 징계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과를 보면 안다"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최고위원을 사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부와 자진사퇴 관련 소통은 없었고 지지자들과 거취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김재원 최고의원은 사실상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좌절됐고, 태영호 의원은 징계에 따른 감점은 받을지언정 내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는 시각이 적잖다. 태 의원이 마지막 순간에 당의 부담을 덜어준 만큼 당이 과감히 태 의원을 배려해주는 정무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도 태 의원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태영호 의원이 최고위원을 자진사퇴한 데 대해) 나름대로 여러가지 큰 고민을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당을 위해서 또 정치적인 여러 여건을 잘 고려하셔서 선택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윤리위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윤리위 일원으로서 이러한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이 같은 분위기는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태 의원에게는 상대적으로 김재원 최고위원에 비해 가벼운 징계가 내려질 것을 예감케 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비록 지난달 광주, 제주를 찾아 사과했지만 용서받지 못한 점이 중징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만큼 제주, 광주를 찾아 피해자 후손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후손들은 김 최고위원의 사과에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리위 징계 절차 와중에 페이스북에 자신의 징계를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성명을 게재하기도 했다.

태 의원이 최고위원 사퇴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은 새로운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가 사퇴 등으로 '궐위'되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 최고위원을 뽑아야 한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보궐 당선자처럼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채운다.

전국위는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일종의 당내 '네임드' 모임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 상임고문, 시도당 위원장,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 등으로 구성돼있다.

당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절차를 정하고 최고위원 회의를 통해 전국위 소집을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 새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통상 최고위원 선출 규정을 준용하게 돼 있으나 선관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도 있다는 규정도 있어 지도부가 다른 방식을 선택할 여지도 있다. 일반적 경선을 치르지 않고 지도부가 물밑에서 '교통정리' 한 뒤 단수 후보를 올려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 택하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선거를 치르고 후보자 간 치열한 경쟁을 하며 서로를 깎아내릴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조속히 지도부 공백을 메우고 혼란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확률이 적잖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김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모두 영남 출신인 만큼, 이 같은 지역적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지도부가 비영남권 인사를 물색할 수도 있다. 당에서 유일하게 호남 지역구를 가진 재선의 이용호 의원이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선 충청이 지역 기반인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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