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5.14 08:00

KDI "반도체·중국경기 회복 예상보다 부진하면 1% 초반대 가능"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날이 갈수록 하향되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가 이어지면서 주요 기관이 최근 발표하는 전망치는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4월 국제금융기구(IMF)가 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한 1.5%로 제시한 가운데, 지난 11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을 2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1.5%로 내놨다.

KDI는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위축으로 경제 성장률이 1% 내외로 하락한 뒤, 하반기에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1.5%를 제시 중이다.

이달 25일에는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성장률을 다시 하향할 전망이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는 정부와 동일한 1.6%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2023년 성장률을 1.7%로 전망한 뒤 올해 2월 1.6%로 소폭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11일 "1분기 성장률은 소폭 플러스로 전환되지만, 연간으로는 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5월 추가 하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월 경제브리프를 통해 "연간 기준으로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설비 및 건설투자가 미약하게나마 증가세로 전환하겠으나, 반도체 등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부진해 GDP 성장률은 1.5%로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월 1.7% 제시에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1.5%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는 기관들도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씨티(0.7%), ING(0.6%) 등은 0%대에 불과하고 노무라(-0.4%)는 역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 수치들을 모아서 평균을 내는 전망치 컨센서스(블룸버그 컨센서스 등)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되면서 4월 말 기준 1.3% 수준까지 하락했다. KDI나 우리금융 등 국내기관이 내놓고 있는 1.5%도 높은 편인 셈이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회복 및 반도체 경기 상승이 예상처럼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하반기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반도체나 중국 경기가 예상과 다르게 간다면 1.5%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위험의 정도를 생각한다면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5%가 아니라 1% 초반"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예상대로 반도체 경기가 2분기 중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 반등하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올해 성장률 1.5%는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향후 경기 여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미국·중국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두 나라의 대외여건 변화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경제지표는 기대보다 꾸준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중국도 리오프닝이나 경기부양 효과가 조금씩 실물지표로 확인된다"며 "이 흐름을 토대로 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 흐름은 지금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