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5.17 17:41

예림서원 '선비풍류' 몰입감 압권…독립운동 테마거리·영남루·영남알프스·얼음골 '유명'

밀양 예림서원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밀양 예림서원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빽빽할 밀, 볕 양'자를 쓰는 밀양(密陽)시는 지명만큼이나 볕이 잘 드는 도시란 뜻이다.

예로부터 볕이 좋아 농사가 발달했다. 지금도 밀양은 농업이 주된 산업이다. 매년 1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경남지역에서 손꼽히는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다. 이런 밀양시를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1박 2일간 여행했다. 

이종태 밀양백중놀이 이수자가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양반춤을 추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이종태 밀양백중놀이 이수자가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양반춤을 추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밀양시'하면 최우선적으로 밀양아리랑이 떠오른다. '아리랑' 하면 아마도 '한(恨)'으로 표현되는 정서와 슬픈 곡조의 느린 음악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지방의 아리랑과는 달리 '밀양 아리랑'만은 경쾌하고 밝은 곡조의 위풍당당함을 보여준다.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학생들이 '점필재 아리랑'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학생들이 '점필재 아리랑'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밀양아리랑은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아리랑'으로 꼽힌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아리랑의 본고장 밀양시는 대축제를 준비하고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날좀 보소, 밀양 보소' 밀양아리랑대축제…세계무대 본격 데뷔 준비

제65회 '밀양 아리랑 대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경남 밀양시 내 영남루와 밀양강변 일대에서 펼쳐진다. '날좀보소, 밀양보소'라는 캐치프레이즈하에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 밀양시는 밀양아리랑을 세계 무대에 본격 데뷔시키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초등학생들이 '아리랑동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작가)
13일 밀양 예림서원에서 밀양시의 초등학생들이 '아리랑동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작가)

박일호 밀양시장은 지난 12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열린 '제65회 밀양아리랑대축제' 홍보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밀양시는 꿈을 갖고 있다"며 "밀양이 갖고 있는 자산들이 참 많은데, 아직 제대로 가공되지 못하고 인프라가 부족해 알려지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화·관광으로 바라보면 밀양은 많은 예술과 문화, 역사, 인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며 "우리 시민들과 밀양시는 이번 아리랑 축제 기간동안 밀양시에도 많은 문화관광 자원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이 지난 12일 밀양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밀양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박일호 밀양시장이 지난 12일 밀양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밀양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이번 밀양아리랑대축제에서는 실제로 현장에서 보는 멀티미디어쇼 '밀양강 오딧세이' 대표공연과 아리랑 주제관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밀양시의 비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리랑 주제관에서는 아리랑 근현대 역사자료 100여점을 비롯해 아리랑 음반, 측음기 등 50여점과 대축제 관련 포스터, 프로그램북, 사진, 기념품 등 170여점 등을 볼 수 있다. 주제관은 축제기간 동안 10시부터 22시까지 개방된다.

대표 프로그램 외에도 개막일에 ▲불씨 채화 공유제 ▲불씨 봉헌 고유제 ▲국민대통합아리랑과 불꽃놀이가 진행되며, 19일에는 ▲불씨 봉송 고유제 ▲역사맞이 거리퍼레이드 ▲무형문화재 공연 ▲서막식, 주제공연과 불꽃놀이, 20일에는 ▲무형문화재 공연 ▲밀양아리랑 스토리 투어 ▲밀양아리랑 가요제(서도밴드, 신유, 에일리)와 불꽃놀이, 마지막 날 21일에는 ▲밀양아리랑 경연대회 ▲밀양아리랑 창작소리대회 ▲밀양아리랑 스토리투어 ▲폐막식과 불꽃놀이가 열린다. 

밀양시는 축제기간 동안 밀양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09시 30분부터 22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시청 방면과 밀양역 방면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밀양 예림서원에서 마주한 '선비 풍류(風流)'

이번 밀양 여행에서의 백미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얼이 깃든 예림서원에서 펼쳐진 '선비풍류'(일명, 양반춤)를 꼽을 수 있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은 조선 초기의 성리학자로 영남학파의 종조(宗祖)이자, 청백리의 표상으로 불려지는 인물이다. 

지난 13일 예림서원에는 박일호 밀양시장을 비롯해 정정규 밀양시의회 의장 및 밀양시민과 관광객들 수백명이 관람하는 가운데, 밀양시의 천년이 넘는 역사의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 이어졌다. 밀양새터가을굿놀이와 밀양양반춤 그리고 점필재 아리랑, 밀양검무, 아리랑동동(同動)에 이르기까지 푸릇푸릇한 잔디마당에서 펼쳐지는 공연자들의 화려한 춤사위와 이에 어울리는 따사로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까지 그야말로 한폭의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몰입감이 압권이었다. 

아랑의 전설을 담고 있는 아랑사에 그려져 있는 아랑을 그린 그림. (사진=원성훈 기자)
아랑의 전설을 담고 있는 아랑사에 그려져 있는 아랑을 그린 그림. (사진=원성훈 기자)

이중에서도 특히 '선비풍류'로 일컬어지는 양반춤은 밀양백중놀이의 여러 연희중 하나로서 밀양 특유의 가락과 몸짓에서 우러나는 호쾌하고 자유스러운 허튼춤은 덧배기가락에 덧배기춤이라는 영남 특유의 호흡들이 맛깔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며 남성적인 멋이 흘러넘쳤다. 이종태 밀양백중놀이 이수자가 뻗는 손동작, 발동작에 깃들어있는 고풍스러운 선형미는 그야말로 밀양의 대표적인 문화로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영남루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영남루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밀양새터가을굿놀이는 2017년 필봉 전국전통연희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밀양지역 새터라는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민속놀이로 가을마당이 끝나고 추수감사행사로 공상타작(굿거리장단), 뿍대기타작(자진모리장단), 목메놀이(자진모리장단), 오헤야(자진모리장단) 등 토속소리와 농악이 어우러져 벼타작을 하는 협동작업과정을 엮어 풍년을 기원하는 멋진 퍼포먼스다. 

지난 13일 예림서원에서 두 명의 여성 무용수가 양 손에 장검을 들고 날렵한 춤사윌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마무리 되는 '밀양검무'를 추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지난 13일 예림서원에서 두 명의 여성 무용수가 양 손에 장검을 들고 날렵한 춤사윌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마무리 되는 '밀양검무'를 추고 있다.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밀양검무'는 18세기 응천교방에서 전승된 밀양의 대표적인 전통 춤으로 밀양 출신 기생 운심에 의해서 유명해진 검무다. 두 명의 여성 무용수가 양 손에 장검을 들고 날렵한 춤사윌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마무리 되는 무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남루와 밀양시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영남루와 밀양시 전경.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2018년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점필재 아리랑'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도학사상과 선비정신을 극화한 교육용 작품이다. 김종직 선생의 도학사상을 선양하고 우리의 정신문화에 끼친 영향을 되새기고 숭고한 위업을 보전하고자 만든 선비정신과 아리랑정신이 결합된 창작품이다. 어린 유생들의 차림새를 하고 나온 공연자들에게서 조선시대 특유의 멋스러움이 진하게 풍긴다. 

역시 2015년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몸짓부문 금상을 수상한 아리랑 동동(同動)은 밀양아리랑이 지게를 지고 목발로 장단을 맞추며 불려졌다는 점에 착안해 밀양아리랑토속소리와 밀양백중놀이의 범부춤, 양반춤 그리고 농사짓는 모습을 형상화해 결합한 작품으로 아리랑으로 하나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KBS 불후의 명곡 박애리, 남상일 편에 초대돼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창작품이기도 하다. 

◆영남루·아랑전설서 '아리랑 우주 천문대'까지…과거·현재·미래까지 이어지는 밀양

밀양시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어지는 도시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와 아랑의 전설을 담고 있는 아랑사도 있다. 특히, 이 지역의 인물로서 밀양의 자랑인 박위 장군과 사명대사도 있다. 

아울러 밀양은 안동과 함께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의 고장이기도 하다. 영화 '암살' 이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이를 특화된 콘텐츠로 만들어 항일정신을 상징하는 거리인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를 만들었다. 

'영남알프스'를 운행하는 케이블카.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영남알프스'를 운행하는 케이블카. (사진제공=윤석문 사진작가)

과거에는 금기시되던 '의열단'과 '김원봉'이라는 이름이 이곳 밀양에서만큼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밀양의 항일독립투쟁사를 소개하는 의열기념관과 체험형 공간인 의열체험관도 있다. 밀양의 독립운동가들이 이 마을에 몰려 산 것도 테마거리를 조성하게 된 이유다.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밀양만의 사진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의열기념탑 옆에 있는 조형물은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태극기를 그리고 등사를 하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조형물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의열기념탑 옆에 있는 조형물은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태극기를 그리고 등사를 하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조형물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밀양시에는 멋진 저수지도 있다. 저수지 가운데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위양지'라는 저수지는 신라시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백성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라 불렸다. 이곳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선비와 문인, 학자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매년 이팝나무꽃이 만발하는 5월이 되면 절정의 경치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밀양의 대표 포토스팟 명소다.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위양지'라는 저수지는 신라시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백성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라 불렸다. 13일 위양지를 찾았을 때 때마침 위양지에는 무지개가 걸렸다.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위양지'라는 저수지는 신라시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백성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라 불렸다. 13일 위양지를 찾았을 때 때마침 위양지에는 무지개가 걸렸다. (사진제공=김선권 사진작가)

이와함께 '영남알프스'로 대변되는 멋진 산악과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그리고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하는 한천으로 만든 '양갱'에 이르기까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요로운 고장이다. 

밀양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만 드러내 보이며 자랑하지는 않았다. 밀양에는 미래와 우주도 있었다. '밀양 아리랑 우주천문대'는 외계 행성과 외계 생명에 대한 콘텐츠로 특화된 천문대다.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 반사망원경 등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다. 천체투영관, 전시체험실도 준비돼 있다.

'밀양 아리랑 우주천문대'에 설치돼 있는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 반사망원경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밀양 아리랑 우주천문대'에 설치돼 있는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 반사망원경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담당 해설자가 누구나 어린시절 한번 꿈꿔봤을만한 '별'과 '별자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별자리를 가리킬때는 어린시절의 꿈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선 우주에 흥미 있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에서부터 성인을 위한 강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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