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5.18 12:15

"바이든, 시진핑 만나 '평화의 최대 위험 요인이 우리 둘'이라며 대화해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헨리 키신저 공식 홈페이지 캡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헨리 키신저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의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3차 세계대전이 5∼10년 내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공존을 위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양쪽 모두 상대가 전략적 위험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는 강대국 간 대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전적인 1차 대전 직전의 상황에 있다"며 "양측이 정치적 양보를 할 여지가 크지 않아 평형을 깨뜨리는 어떤 일이라도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중 관계에 인류의 역사가 달렸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의 급진전으로 그 길을 찾는 데 5∼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이 제시하는 해법은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공존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 전면전의 위협이 없는 공존이 가능한가?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은 대만 문제다. 키신저 전 장관에 따르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2년 처음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마오 주석은 대만 문제만큼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마오 주석은 "그들은 반혁명 분자이고 우리는 지금 그들이 필요없다"며 "100년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렇게 닉슨과 마오 사이에 형성된 양해는 50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관련해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려 하면서 뒤집혔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더 진보적인 수사법을 구사하나 트럼프를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실무적인 관계와 신뢰를 점진적으로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에게 불만 사항을 나열하지 말고 "지금 평화의 최대 위험 요인이 우리 둘"이라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패배하면 민주주의와 평화로 돌아설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런 선례는 없다"면서 "공산 정권이 무너지면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이 대화해야 할 중요한 분야로 AI를 꼽았다. 그는 "전쟁사를 살펴보면 지리의 한계, 정확성의 한계 등으로 적군을 완파할 능력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제 그런 한계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지금에 와서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양국이 핵 군축처럼 AI 군사능력에 대한 억지력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술의 영향과 관련해 교류를 시작하고 군축을 위한 걸음마를 떼야 한다"고 했다.

미국 외교에 대해선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인도를 예로 들었다. 인도는 거대한 다자간 구조에 매이기보다 현안별로 맞춘 비영구적 동맹에 외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인류 역사를 보면 미중 경쟁은 군사 충돌이라는 결과를 낳는 게 보통이었다"면서 "하지만 상호 확증적인 파괴와 AI를 감안하면 지금은 보통의 상황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앙 같은 실수지만 서방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의 향방에 대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가능한 한 많이 포기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푸틴이 최소한 크림반도 최대 도시이자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하는 세바스토폴은 지키려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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