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5.24 13:48

"독립적 기관 실증자료 없이 자사 속도 빠르다고 일방선전…LG유플러스, 다른 회사 LTE 서비스 속도와 비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SK텔레콤과 KT, 엘지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속도를 과장 광고한 혐의로 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경쟁당국은 이들 3사가 과장 광고로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했고,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T, KT, LG유플러스가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표준상 목표속도인 20Gbps를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엄격한 전제조건 아래 계산되는 최대지원속도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또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빠르다고 했다.

공정위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광고가 전달한 인상,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저해성 등을 면밀하게 심사해 이 사건 광고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먼저 최고속도 20Gbps 광고와 관련한 공정위 조사결과 이동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대역폭으로는 20Gbps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28GHz 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도 출시된 적이 없으며 광고기간 동안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는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실제 속도가 0.8Gbps(2021년 3사 평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거짓·과장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광고상 속도는 실제 사용환경과 상당히 다른 상황을 전제할 때만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는 사실을 은폐·누락했다는 점에서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동통신 3사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각자  속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빨라 품질이 우월한 것처럼 부당하게 비교해 광고했는데 이들은 독립적인 기관의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SKT와 KT는 자사 소속직원이 측정한 결과를 활용했고 LG유플러스는 다른 회사의 LTE 서비스 속도와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를 비교했다. 

공정위는 자사 소속직원이 측정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측정 결과만을 근거로 다른 사업자의 속도와 비교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비교광고라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에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336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과징금은 SKT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U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표시광고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기간, 관련 매출액, 과징금 부과율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이다. 역대 가장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이 많았던 경우는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건과 관련한 것으로 2017년 3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며 "통신 서비스의 필수재적 성격과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고려해 표시광고 사건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과징금을 부과해 엄중히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의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상품·서비스의 핵심적인 품질·성능을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부당광고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소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신3사는 공정위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168억2900만원으로 가장 큰 과징금을 맞은 SKT 관계자는 "통신 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며 "소비자에게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자동차 광고를 예로 들면 특정 조건에서 최고 속도를 표시하는 게 소비자들을 호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며 "5G 서비스 상용화 단계에서 청사진에 따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한 것뿐인데 공정위는 너무 특정 입장에 치우쳐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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