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5.30 17:06

설탕에 밀가루·옥수수까지 국제 식료품 가격 '천정부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곡물협정 연장협정은 파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국제 식량가격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내 밥상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마다 식료품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가 발표한 지난달 EU의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6.6% 급증했다. 설탕과 유제품, 올리브오일 등의 필수 식료품은 1년 사이 각각 54.9%, 24.8%, 23.6%나 뛰었다.

이탈리아는 국민음식 파스타의 면 가격이 3월 17.5%, 4월 16.5%로 크게 오르자 정부가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파스타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파스타 가격 상한제 도입 검토부터 식품 판매세 인하 등 전방위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헝가리는 지난달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8.5%에 이르는 살인적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영국 역시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9.3% 폭증했다. 독일에서는 3월 식품 판매가 전월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해 1994년 관련 데이터 수집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높아진 식료품 가격에 소비자들의 구매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러한 현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식량 공급망 혼란과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에 식품 생산비가 증가한 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기온 등 다양한 요인을 꼽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BOE) 총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무렵에 생산자들이 비료, 에너지 등 공급업체와 비싼 가격에 장기계약을 체결한 탓이라 주장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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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식량 위기가 국내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 측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를 통해 재연장이 된 흑해곡물협정이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29일(현지시간) 곡물수출 핵심인 남부의 오데사 항구가 러시아의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며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불이행을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2000만톤 규모의 밀을 수출(세계 6위)하며 세계 식량공급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밀 생산량 세계 5위인 미국도 올해 냉해 피해를 입은 경작지가 속출하면서 밀 공급량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 역시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급감에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밀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유지하고 있다.

밀과 함께 주요 식량원인 옥수수도 생산량이 불안정하다. 세계 3위 옥수수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의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380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타나는 콩 생산량(3050만톤)까지 전년 대비 29.0%나 줄어들어 전 세계 배합사료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배합사료 생산 저감은 육류 생산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주요국 작황부진에 가격 불안정세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 톤당 587달러를 기록해 2011년 708달러 수준의 82.9%에 이르고 있다. 2011년은 전 세계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온에 설탕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정부는 국내 설탕가격 안정을 위해 이날 설탕 잔여물량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세율을 5%에서 연말까지 0%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원당의 기본세율도 3%에서 연말까지 0%로 내리는 등 식품 가격 상승세를 조기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같은 날 함께 발표한 수입돼지고기 할당관세율 0% 한시 적용 방침도 비슷한 취지다. 구제역 여파에 돼지고기·소고기 가격이 들썩이면서 육류 소매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 축산물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식량 위기가 장기화하면 수입 재고량이 소진되는 하반기부터 국내에 가격 인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곡물 수입 비용이 높고, 올 여름 ‘슈퍼 엘리뇨’ 등 이상기온 우려가 나오는 등 식량 공급망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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