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5.31 15:43
해군이 확보한 북한 우주발사체 1단과 2단 연결부분 (사진제공=해군)
해군이 확보한 북한 우주발사체 1단과 2단 연결부분 (사진제공=해군)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북한이 31일 새벽 6시 27분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실은 우주발사체를 쏘았지만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쏜 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도 발사체 발사 2시간 40분 만에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극히 이례적으로 발사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이 6시 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됐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 당국자를 인용 "발사된 천리마-1형이 정상 비행 중 1단계 분리 후 2단계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관계자는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정보로 북한 우주발사체의 실패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패 원인으로는 먼저 1단과 2단의 연결부위에서 접합 불량이 발생했기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8시 05분께 서해 어청도 인근에서 상태가 온전한 1단과 2단 연결부분을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을 보면 접합부와 리벳이 불규칙적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4월 공개한 블러 처리된 사진을 보면  천리마-1형은 광명성 위성을 발사하는데 사용한 은하로켓보다 20~30여 미터 더 큰 40~50m 정도의 길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누리호보다 크다. 누리호는 1단 추력이 300톤에 달하며 태양동기궤도에 1톤 이상의 위성을 올려 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쏜 우주발사체는 백두산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사체는 1단이 듀얼 체임버의 백두산 엔진(160톤 규모), 2단은 단일 체임버 백두산 엔진(40톤 규모), 3단은 보조로켓으로 사용했던 소형 액체엔진 2기(3톤규모)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로켓 전문가들은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촉에 서둘렀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발사를 서둘다 보니 새로 제작한 발사체의 지상연소시험이 충분하지 못했고, 화성-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했던 액체 연료와 다르게 연료 성분을 조정한 것이 추락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지 불과 나흘 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기를 공식 예고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