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5.31 21:37

"누리호 발사 성공 자극 받아 준비과정 줄여 새 발사장서 강행"

국방부가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MLRS(M270, 다련장로켓)를 이용해 동시통합사격으로 진지를 초토화시키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방부)
국방부가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MLRS(M270, 다련장로켓)를 이용해 동시통합사격으로 진지를 초토화시키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국방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북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시도는 31일 결국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사전 통보한 예고 기간인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 기간의 첫날에 위성을 탑재한 '천리마-1형'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렸지만 서해로 추락했다.

북한이 정치적 필요성을 강하게 의식해 기술적 준비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두른 결과라는 해석이 적잖다.

국가정보원은 3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관련해 무리한 경로 변경으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북한은 정찰위성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며 2단계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이라고 원인을 밝혔다.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보고에서 "과거에는 1·2 단체(추진체)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면서 횡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 변경을 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감행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주발사체는 기체 및 추진기관 설계 기술이 탄도미사일과 같다. 유도·조종 장비 기술도 유사한 점이 많다. 다만 위성을 탑재한 채 지구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 궤도에 진입하려면 탄도미사일보다 더 많은 추진력이 필요하다. 우주발사체 개발이 미사일과는 또 다른 기술적 난도를 갖는 이유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지만 중량 300㎏으로 추정되는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려놓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한 우주발사체를 만들려면 기존보다 강력한 추력을 내는 엔진과 연료, 제어시스템 등이 요구된다. 이를 완성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발사 실패로 기술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서둘러 발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의 기술 수준은 해군이 이날 수거한 1·2단 로켓 연결단 잔해 분석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잔해를 분석하면 북한 미사일과 우주발사체 제작에 쓰이는 소재 및 연료 성분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2년 12월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했을 때, 군은 1단 엔진과 산화제통·연료통 등을 서해에서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북한 미사일 연료 성분과 부품 출처 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정치적 이유가 발사 강행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월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자칭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 발사 성공을 앞세우려 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정찰위성 발사에 집중됐다. 그는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5월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며 위성 발사에 관심을 쏟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이 2012년 4월 13일 '광명성-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상황과도 유사하다. 당시 김일성 100회 생일을 앞둔 데다 김 위원장이 막 집권을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에도 내부 결속을 위한 성과에 급급해 발사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발사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향에 대해 "동창리 발사장 1.3㎞ 떨어진 관람대 인근에서 차량 및 천막 등 관람 시설이 식별됐다"며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이 '우주발사체'라는 북한의 주장을 확인했느냐고 묻자 유 의원은 "(북한이) '천리마-1형'이라고 하고 있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기반의 신형발사체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상에 추락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대해서는 "길이 1.3m, 무게 300㎏급으로 해상도가 최대 1m 내외인 초보적 정찰 임무 정도만 가능한 소형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계속해서 "북한이 발사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 사실과 원인을 신속하고 상세히 공개한 것은 위성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발사 행위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동창리에 있는 신규 발사장에서 이뤄졌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예고한대로 실패 원인을 보완해 '2차 발사'를 단행할 경우, 발사 장소는 신뢰도가 확보된 기존 발사장으로 변경할 가능성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북한의 2차 발사 단행 여부 및 시기에 관련해 유 의원은 "엔진 이상 점검 보완에 수주 이상이 소요될 걸로 보이지만, 결함이 경미할 경우 조기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피력했다. 

북한은 즉각 발사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 대책을 마련해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인 뒤 재발사 시기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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